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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4월에 쓰는 일기

나에겐 아직 23년이라고


사진: UnsplashAaron Burden




1. 

2024년이라는 게 도대체가 실감이 안 난다. 그냥 2023년이 죽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에 변화도 없다. 일도 그대로, 생활도 그대로. 만나는 사람도 (거의 회사 사람이지만) 똑같고. 2024년의 1/6이 가는 동안 뭘 했나 돌이켜보면 한 게 없는 것만 같다. 심지어 글도 거의 쓰지 못했고 책도 거의 읽지 못했다. 이게 맞아? 그래서 이렇게 옛날 싸이월드에 일기 남기듯이 번호를 매겨서라도 글을 남겨 본다. 


2. 

2월부터 다시 일본어 회화 학원에 다니고 있다. 지금 다니는 클래스에는 굉장히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있는데, 당연하게도(?) 내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이번 달 담당 선생님이 유독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오히려 수강생들끼리는 더 말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수강생 중에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직장인 수강생이 너무 귀엽다. 말하는 것에서 어린 티가 풀풀 난다. 밝고 활기차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쑥스러워하는데, 나보다 한참 동생이라 그런지 그런 모습마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렇게 귀여워하는 나를 바라보며.. 20대의 나도 30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귀엽게 보였겠지 싶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때의 나는 내가 너무 싫었는데. 십 년 더 산 사람들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귀여운 어린아이였겠지. 그때의 나를 좀 더 사랑해 줄걸. 이 생각을 그대로 이어서 지금의 나를 사랑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3. 

3월부터는 다시 소설 강의를 듣는다. 이번엔 심지어 오프라인이다. 지난겨울 소설 강의를 들을 때 너무 재미있었고 소설도 두 편이나 완성했는데, 강의가 끝나고 난 후 깨닫고 말았다. 누가 압박하지 않으니까 소설을 안 쓰는구나 나 자신이여! 그래서 잽싸게 다시 다른 강의를 신청했다. 부디 좋은 강의여서 소설 쓰는 것에 다시 재미를 붙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4. 

요즘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관계가 고프다. 맨날 만나는 회사 사람들 말고, 나와 비슷한 취미나 성격을 가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 욕구가 엄청 커져서 모임을 만들어주는 플랫폼 여기저기에 가입하고 모임 참가를 신청했다. 이런 모임 플랫폼(?)에 대체 누가 돈을 내고 참가하나 했었는데 그게 나였다! 여하간 총 3개의 모임에 신청을 했는데, 그중 다음 주에 첫 미팅이 예정되어 있던 모임이 참가 인원수 부족으로 한 달 연기되었다. 이럴 수가! 난 너무나 사람이 고픈데! 다음 주만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5. 

돈만 열심히 쓰고 있다. 지난달엔 충동적으로 아이패드 에어를 샀다. 미쳤다 미쳤다 하면서 샀는데, 생각보다 유용하게(OTT 플레이어로) 쓰고 있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최근 보고 있는 건 넷플릭스의 <EYE LOVE YOU>와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 드라마 하나, 예능 하나 보고 있을 뿐인데 꽤나 마음이 바쁘다.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6.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1년이 넘도록 경험하고서야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감도 많이 없어지고 일에 대한 의욕도 거의 사라졌다. 회사에서까지 착한 아이 증후군에 사로잡혀 사랑받으려 애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회사생활도 생활이다 보니 적절한 동기부여와 애정 어린 관심은 필요한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겐 충족되지 않는 그 어떤 것들. 이직 관련 사이트에 몇 번이고 들어가서 고민하지만 행동을 취하진 않고 있다. 그럴 체력까진 아직 없는 것 같아. 


6. 

정말 두서없는 글. 퇴고도 하지 않고 올려버리려 한다. 어쨌든 이런 가라앉은 기운도 2월로 마무리지으려 노력해 봐야지. 진정한 2024년의 시작은 3월부터니까(?) 3월부터는 2024년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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