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1.
우울한 겨울이 시작되었다. 요 몇 년 동안 겨울이자 연말의 시작은 나에게 '넌 올해도 글로 먹고살기를 실패했다'는 성적표를 받아드는 시기였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발표가 12월 초~중순에 진행되고, 신춘문예 발표가 12월 중순~말에 진행되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내가 매진했던 글쓰기는 크게 브런치(에세이)와 소설로 나누어지니까. 그 두 가지 글쓰기의 시험이 있다면 아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와 신춘문예가 맞긴 맞을 것이다. 문제는 그 두 가지 시험(이라고 해두자)의 합격률? 당선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데 있다. 무슨 자격증 시험처럼 몇 점 이상만 받으면 모두 합격하는 그런 시험이 아니다. 몇천 명이 지원하든 몇만 명이 지원하든 정해진 숫자의(극소수의) 사람만이 뽑히는 영예를 얻게 된다. 그러니 높은 확률로 나는 올해도 아무 곳에서도 이름을 불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계속 이렇게 연말마다 우울해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나는?
2.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되려면 얼만큼의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걸까. 아주 오래 전부터 그걸 생각했다. 내가 읽은 에세이 작가들은 다들 어렸을 때 나가는 백일장마다 상을 턱턱 타왔다고 하던데. 나는 딱 한 번, 모 백일장에서 '차하'를 받아본 게 다다. 어쩌면 딱 거기까지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굉장하지 않은 재능에 걸맞지 않은 굉장한 목표... 나는 여전히 글을 써서 먹고 살고 싶다.
3.
집에서 잃어버린(??) 책 <쇼코의 미소>를 다시 산 기념으로 다시 읽었는데, 이번에도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재능 없는 작가의 이야기가 나는 그렇게나 슬프다. 아마 내 이야기 같아서 더 그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뛰어난 작가는 자기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재능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의 이야기까지 잘 그려내는구나' 싶어 기분이 이상해졌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 재능이 없는 사람의 설움조차 잘 써내지 못하는데.
4.
여하간 요새 글을 잘 써내지 못해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써내고 싶었다. 뉴스들을 보다가 올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건수가 사상 최대라는 소식을 보고 마음이 갑갑해졌다가 아니 어차피 다 무슨 소용이야 싶었다가 신춘문예 공지를 보고 불안에 떨다가... 그런 겨울날을 보내고 있다. 이 또한 또 지나가겠지. 이번주와 다음주엔 연달아 새로운 소설 강의 신청한 게 시작된다. 마음을 다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