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도시는 물론 나라-나라 간 이동 시 최저가를 자랑하기 때문에 글로벌 배낭 여행객들이 애정하는(혹은 애증 하는) 플릭스 버스. 유럽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학생들과 가성비를 추구하는 여행객(신체 건강함을 갖춘 성인) 사이에서 플릭스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플릭스 버스 하면 떠오르는 것
초록색 (저 멀리서 발견하면 안정감이 생김)
어딘가 애매모호한 버스 정류장 위치
버스 안의 은은한 지린(?) 내
만족스러운 가격
SNS에서 요즘 유행하는 릴스 영상 '플릭스 버스 고양이'
최근 플릭스 버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개한 동영상이 좋아요 110만 이상을 찍었다. 요즘 유행하는 고양이 밈(Cat Meme, 일명 짤)을 활용해서플릭스 버스를 타고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전체 여정의 심리 변화를보여줬는데 플릭스 버스 유 경험자로부터 큰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플릭스는 긴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스케줄이 많다. 고양이는 꼭두새벽 기상하며 절규하는 모습으로 시작해서 > 그래도 휴가니까 잠시 기쁜 모습 > 버스 정류장 찾느라 헤매는 모습 > 티켓이 안 먹히면 어쩌지 걱정하다가 > 다행히 여차저차 버스에 탑승 > 긴긴 시간 지루함에 과자도 먹었다가 > 옆 사람에게 말도 걸었다가 > 억지로 생산적이고자 책도 봤다가 > 마침내 깊게 잠들었을 즈음 > 기사님의 관광버스 마이크로 퍼지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안내 방송에 화들짝 놀래서 깨는 모습까지. 완벽한 영상이었다.
더 재미있는 건 댓글 반응이다. "드디어 GenZ 세대 직원이플릭스 버스에 합류했구만" "이 영상을 제작한 크리에이터의 월급 더 올려주세요. 이 건 순수 아트입니다" "버스 전체가 화장실 오줌 냄새로 가득한 영상이 빠졌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볼일 봤는데 휴지가 없음을 깨달은 나" 등등 플릭스 버스를 한 번이라도 타봤다면 웃다가 울지 않을 수 없는 댓글들로 가득했다.
나는 무슨 정신이었는지, 어떤 용기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어린 나이와 체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던 헤이그에서 코펜하겐까지 편도 13시간 45분짜리 플릭스 버스를 선택했다. 더욱이 2021년도 11월이었기에 한창 코로나가 성행하던 때라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그래도 락다운 안 되고 버스가 운행하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하던 시절) 아마도 비행기 값 1/3에 해당하는 저렴한 버스 가격에 순간 현혹됐음이 분명하다. 나의 다리 붓기, 피로감과 맞바꾼 티켓값은 편도 30유로.
웃픈 에피소드
플릭스 버스는 비용을 추가하면 좌석을 선택할 수 있고, 추가 없이는 지정 좌석번호가 부여된다. 보통은 2인석이지만 맨 앞자리는 우리나라 기차처럼 4명이 마주 보는 (2-2) 좌석인데 나는 그중 한 곳에 배정되었다. 나와 함께 앉은 다른 3명은 오른편에 앉아있는 엄마 아빠랑 같이 탄 꼬마들이었는데, 즉 나를 제외한 그 줄은 모두 한 가족이었다.
비교적 짧은 거리일 경우에는(예를 들어 네덜란드에서 벨기에까지) 보더 체크를 하지 않지만, 코펜하겐까지는 대장정 코스 이어선지 국경을 넘을 때 경찰 아저씨 같은 사람이 버스 안에 들어와서 한 명씩 신분증을 확인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생 시절 버스타고 금강산 관광갔던 날, 국경 심사에서 총을 들고 버스에 타던 북한 아저씨(?)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불법체류가 아님에도 괜히 긴장한 채로 거주증과 여권을 손에 쥐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리 쪽을 한번 보더니 휙 하고 그냥 지나갔다. 나 역시 그 꼬마들(약 3세에서 8세로 추정)과 한 그룹으로 본 것이다. 초딩이라는 별명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웃기면서도 뭔가 죄스럽고(?) 편했다.
나의 플릭스 버스(Flix Bus) 탑승 이력을 캡처해 봤다.
참 많이도 이용했다. 이 정도면 플릭스 버스 앰배서더다. 내가 이용했던 여정들을 추천 vs 힘들지만 견딜 만함 vs 지옥행(비추천) 세가지로 나눠보았다.
유럽 주요 도시나 나라 간 이동을 계획할 때 플릭스 버스 이용이 고민된다면 아래의 표를 참고하길 바란다.
플릭스 버스 나라 및 도시 간 이동 시 추천 경로
2020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이용한 플릭스 버스 이용 내역
플릭스 버스 탈지 말지 고민 된다면?
기준 정해드립니다
타세요 (Yes)
#탑승 시간 3~4시간 이내 여정
#20대: 그냥 타세요. 괜찮습니다.
#다리 부종을 간절히 희망하시는 분(보통 탑승 시간 7시간 이상이면 소원 성취 가능)
#다른 건 몰라도 (고통 감수해서라도) 교통비만큼은 1원이라도 애끼고 싶은 신 분
제발 타지마~~~~ (Heck No)
#미국 청소 아저씨 '브라' 만큼 냄새나 위생에 민감하신 분 (+방구 피플 쏘매니)
#시간이 금인 경우
#무지하게 일정이 짧을 때 (비용 아끼려다 피곤함 얻고 길에서 대부분 시간 보냄)
#체감 나이 30대 후반~
#허리 디스크가 심하신 분
#면역이 약하거나 평소 감기에 잘 걸리는 분 (플릭스에서는 사람들이 유난히 기침을 많이 하는 느낌)
플릭스 버스 이용 꿀팁
1. 구글에 검색했을 때 정류장 위치가 잘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에 amsterdam flix bus stop을 쳤을 때 없는 위치로 나오거나, 실제 정류장과 다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플릭스 앱 > 상세 보기에서 지도를 카피해서 저장하는 것이다. 또한 결제 후 이메일로 받아보는 인보이스/여정표에도 자세한 위치가 적혀있다. 다시 찾아보는 번거로움을 위해 정류장을 구글에 저장(pin 표시) 해놓자.
2. 내렸던 위치와 다시 타야 하는 위치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주의해서 미리미리 확인해 놓는 것이 좋다. 항시 정신을 잘 차려야 한다. 플릭스 버스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3. 출발 시간 직전에 스케줄 자체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탑승 전에 이메일을 통해 업데이트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4. 가끔은 내 좌석 번호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다. 좌석 여유가 있다면 유드리 있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특히나 편의를 봐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기면(앉아서 자는 척하거나 모른 척ㅎㅎ) 당당하게 excuse me, 여기는 나의 좌석이라고 얘기하자.
5. 버스 안에는 그냥 화장실이 없다고 생각하고 미리 다녀오자. 왜 인지가 궁금하다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보길 바란다.
6. 플릭스를 2회 이상 이용할 계획이라면 앱을 받아두자. 매우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되어있으며, 실시간 검색하기도 용이하다. 국제 학생증(International Student)이 있을 경우 5-10% 할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할인받기 위한 절차가 복잡하므로 총 몇 천 원의 할인은 정신 건강을 위해 양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