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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Sep 15. 2017

치바이스전 후기

중국 최고의 화가 치바이스의 국내최초전시회!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예술의 전당에서 7월31일부터 진행중인 중국의 화가 치바이스 전시회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치바이스는 근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화가로 명성이 자자한 사람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치바이스에 대한 소개와 전시회 관람기를 다뤄보도록 할게요.

1. 치바이스

치바이스는 1860년에 태어난 근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이 분의 삶이 상당히 드라마틱한데 가난한 농가에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목수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고 합니다. 본래는 집안이 농사를 하여 농사를 해야 했으나 극심한 가난에 농사일을 버텨낼 체력이 없어 목공일로 경제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네요. 낮엔 일하고 밤에 그림 교본을 보며 수없이 그림을 반복하며 그리면서 치바이스는 꾸준히 실력을 키워갔다고 합니다.

이후 시, 글씨, 그림, 전각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능력을 선보이며 치바이스는 중국 최고의 예술가로 평가받게 됩니다. 유명세를 얻은 후 치바이스는 나이 마흔부터 전국을 일주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그의 나이 50세 이후 베이징의 미술전문학교 교수가 되었다가 다시 화가로서 매진하였습니다. 문화대혁명 이후에는 중국 미술가협회 주석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화혁명 때는 예술가 비하 풍조로 병아리, 닭을 그리는 작가로 다소 폄하되었는데 이후 서민적 애환을 그린 작가로 그 위치가 복원되었습니다.

치바이스는 97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는데 숨을 거두기 3개월 전까지 그림을 그렸고 그렇게 남긴 작품은 수 만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응로, 김기창 등 1960년대 한국 화가들의 정신적 스승이기도 한 그는 오래된 관습에 집착하지 않고 인기에 편승하지 않은채 자신의 길을 간 인물로 살아 생전에 정치인들을 많이 비판해서 국민당, 공산당 양측으로부터 경계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치바이스는 국민당 장개석에게 송백고립도를, 모택동에게 독수리 그림을 선물한 이력이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82세의 나이에 완성한 송백고립도로 중국 현대회화작품 중 최고가인 4억 2500만 위안(약 714억원)에 낙찰되어 화제가 되었지요. 이를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사망하기 1년 전 1956년에 세계평화평의회 국제평화상 수상하였고 현재는 피카소 다음으로 작품값이 비싼 작가로 꼽힙니다.

치바이스가 주로 그린 그림은 병아리, 곤충, 배추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의 농민화입니다. 검은 묵으로 그린 수묵화만으로도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있게 그리는 것이 특징으로 화가로서 치바이스는 꽃과 나무, 가축이나 동물, 풀과 곤충을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상의 흔한 소재를 무수히 반복하여 그려 대상의 본질을 적시하여 그리는 것을 목표로 살아온 그의 화풍답습니다.

뛰어난 능력과 작품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순진한 면이 있는데 "나이를 두살 더 많게 말하고 다녀야 일이 잘 풀릴거다"라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실제 나이보다 2살 많게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런 면이 치바이스를 더 가깝게 다가오게 해주는 것 같아 재밌습니다.

2. 전시회 관람기

2017년 7월 31일에 국내 최초로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치바이스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 중국 사이가 상당히 안좋은데 양국 관계를 푸는 겸,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전시회라고 합니다. 회화 42점, 서예 5점, 전각 3점, 유물 83점 등 총 133점으로 이루어진 전시회로 규모가 그리 크진 않습니다. 한국에는 생소한 중국의 화가를 소개하는 전시회로 개최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치바이스의 그림 옆에는 항상 그림과 관련된 시구가 있는데 작품과 시를 하나로 넣고 해석하며 감상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서양화 전시회에 익숙한 사람들은 작품의 제목이 무엇인지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위주로 보는데 중국화의 경우에는 그림 비중과 동등하게 시구의 중요성이 커서 시구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의 의미를 해석해보면 굉장히 입체적인 해석과 감상이 가능합니다.

특히 치바이스는 근현대 일제의 중국수탈기를 살아온 사람으로 중국 내 항일정신을 고취한 작가로 유명합니다. 쥐로 상징되는 일제의 중국수탈을 암시한 그림을 많이 그렸고 살아 생전에도 자신은 이미 늙었으니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항일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는데 움츠러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일상작인 것을 수없이 반복하여 그림으로 본질만을 그림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린 수많은 작품들은 치바이스가 그림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3. 전시회 후기

인터넷에 배포된 뉴스를 보면 상당히 평가가 안좋은 전시회여서 사실 관람하러 갈지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우선 한 작가의 대표전이라고 하기에는 들여온 작품 종수가 부족하고 치바이스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들은 거의 들여오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치바이스를 대표하는 작품의 대다수는 중국 베이징과 대만긔 국가박물관, 랴오닝성에 흩어져 있는데 이 중 현재 리모델링 공사중인 후난성박물관의 작품들 일부만 가져왔다고 합니다. 전시기획진들도 이 점을 아는지 부족한 작품수를 후배 배우들의 치바이스 오마주 작품으로 적지않은 공간을 채웠다고 하네요.

실제로 치바이스 전시회를 가보니 다소 급조로 만들어진 감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사석원 화백 등 평소 치바이스를 존경하여 그에게 헌정하는 작품들은 볼만했지만 과연 이 전시회에 있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 작품들이 많았고 몇몇 괜찮은 작품들마저 전시섹션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질만큼 어색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치바이스라는 인물과 작품에 대해 이해하는데 불편함을 주었습니다.

엄청난 고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치바이스의 작품들은 대부분 유리 등으로 밀폐되어 관객들이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하기 힘들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부족한 작품수를 갖고 치바이스 생애 전반을 다루는 구성을 진행하다보니 섹션의 주제에 맞지 않는 작품이 있거나 있어야할 작품이 없어 전시회의 기획 의도가 다소 걷도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치바이스나 중국화를 좋아하는 분이 아니면 추천하기 어려운 전시회입니다. 그래도 보러가신다면 치바이스의 유명작품들인 '새우', '병아리와 풀벌레', '물소', 수양버들', '포도와 청솔모'등은 꼭 보고 오길 바랍니다. 도슨트는 오후 2시, 오후 5시에 진행되니 중국화가 생소한 분들은 작품해설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입니다. 
작품수가 적어서인지 입장권은 성인기준 5천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자국의 대표작가의 작품을 해외로 보내는데 인색한 중국인만큼 앞으로 이 정도 규모의 전시회도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니 치바이스에 관심있는 분은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전시관 내 사진촬영도 가능하니 참고하세요.

일상속에서 흔히 있는 것을 놔두고 신기한 것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것을 버리고 괴이한 것을 만드는 것이다.
- 치바이스

* 전시회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전시회'를 검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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