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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Feb 05. 2020

식탁에서 시작하는 자녀와의 토론

부모가 좋은 대화를 위해 지켜야할 원칙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호소하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자녀와 얘기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아버님들과 상담할 일이 있을 때 특히 많이 들었던 얘기다. 실제로 부모가 자녀와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여러 모로 중요하다. 자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여러 교육법도, 자녀와 대화할 시간이 있어야만 실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순간은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때가 아닐까 한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식사 중에, 혹은 식사 후에 과일이나 후식을 먹으면서 부모님과 대화 나누는 때가 많다고 얘기해왔다. 



그런데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많아지는 것이 종종 좋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대화가 많아지는 만큼, 서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면 어머님 아버님 입장에서는 또 잔소리가 늘게 되고, 자녀와 다투는 일도 생길 수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때를 위해 '식탁에서 시작하는 대화와 토론'으로 가족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지침을 명심하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첫째는 '7:3으로 듣고 말하기'이다. 

부모님 입장에서 일곱 번 듣고, 세 번만 말하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수평적인 관점에서 대화하려고 해도 부모는 어른이고 자녀는 아이다. 의사소통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부모가 하고 싶은 말만 반복하다 보면 결국 그것은 잔소리가 되고 만다. 일상 속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목적은 자녀의 관점을 형성해주고, 자녀의 논리적 사고를 길러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자녀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부모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토론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물론 자녀에게도 경청하는 태도 또한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자녀에게 경청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은, 부모가 먼저 경청하는 태도를 갖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먼저 신중하게 듣는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도 부모의 태도를 따라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지침은 '자비의 원리'를 기억하라는 것이다. 

'자비의 원리'란 상대방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으로, 철학적 토론에서 중요하게 얘기하는 원칙 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할 때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 미흡한 부분만 붙잡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다고 가정하며 토론하는 자세이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족한 부분을 함께 보완해주면서 “실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라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의 주장을 최선을 상태로 만들어주며 토론하는 것이다. 


자비의 원리는 부분적인 미흡함을 공격하여 주장의 본질을 해치지 않기 위해 일반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자녀와 토론하는 교육의 목적을 생각하면 더욱이 꼭 필요한 태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녀와 토론하는 목적이 자녀의 주장을 공격하고 이기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리고, 종종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 “네 생각은 잘못 됐어”라고 선언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비의 원리를 갖고서 아이가 더 타당한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이다.



마지막 지침은 자녀에 대해 얘기할 때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만 말하기'이다. 

이것은 자녀와 다투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토론은 미래 지향적이며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것일수록 좋다. 지나간 과거의 것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을 따지거나 다툴 일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지나간 잘못에 대해서 책망하면 듣는 사람의 감정만 나빠질 뿐이다.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를,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를 서로 탓할 일만 많아진다. 지나간 일에 대해 과거형 가정법으로 '네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같은 것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기 십상인 것이다. 물론 과거의 좋았던 기억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토론에 대해서라면 자녀의 과거에 대한 일로는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의 내용은 아래 도서 '논술형 엄마들'에서 발췌 및 편집한 것입니다 ^^)



'선택'해야 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녀와 늘 중요한 토론 거리가 될 것이다. 

자녀의 방학 동안 학습 계획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여름 휴가지는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자녀에게 새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과연 좋을지, 자녀의 통금 시간은 어떻게 정하는 것이 좋을지, 이 모든 것들은 가족 내에서 자연스럽게 대화와 토론으로 정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다시 한 번 그 토론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다. 자녀 입장에서는 토론에서 내리는 결론이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부모님들은 '대화의 계기'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터놓고 자기 생각을 나누는 시간에 대한 문화가 가족 안에 잘 자리잡게 된다면, 교과목 교재 몇 권을 읽거나, 학원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좋은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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