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그러니까 2023년은
내게 정말 특별했다.
막둥이인 둘째가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뿐인데
나는 내 머리 위에 이고 있던 돌덩이들을
모두 내려놓은 것 같았다.
그 홀가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첫째도 3년 전 대학 졸업 후 독립했고
둘째는 대학도 타지역에서 다녀
우리 부부만 지낸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물리적으로 빈 집이 되는 것과
심리적인 것은 다른 모양이었다.
'오롯이 내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쓸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
뭐 할까?
뭐 하지?
뭐든 해보자.'
그 자유로움은 마치 20대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우선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하나씩 하나씩 해보았다.
가장 먼저는 글쓰기다.
작년 봄, 브런치 스토리에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하다 보니
다른 재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불교 공부였다.
작년 여름, 정토회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경험해 보니 더 재미있었다.
작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을 수강했다.
(졸업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아쉽게도
졸업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수행의 영역이 넓어졌다.
작년 겨울, 요가에 다시 입문했다.
사실 몇 년 전 학원을 다니면서
8개월 정도 요가를 배웠었다.
그때 요가는 배워야 하는 과업이었고,
뻣뻣한 내 몸에 대한 자괴감을
심어주었지만,
지금 내가 이런 저런 유튜브 요가 스승을
찾아헤매며 수련하는 요가는
내 몸과 하는 다정한 대화다.
그래서일까?
편안하고, 여유롭다.
50대가 되어 다시 찾은 자유의 원년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정말 재미있게 했다.
그런 내 마음과 닿은 책이
황보름 작가의 '단순 생활자'였다.
처음 독립한 일년에 대한 자신의 생활을
‘단순'이라는 단어로 축약하고,
작가는 일상을 소소하게 보여준다.
운동하고, 요리하고, 청소하고, 산책하고
그리고 그리고 글을 쓰고.
자기만의 약속을 차근차근 만들고
지켜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는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자기만의 약속을 지켜나가며
차근차근 하루를 가꾸는 삶들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자기 삶에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서
과감히 고개를 돌린 후,
해야 할 것들에만 관심을 둔 삶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나도
타인이 욕망하는 것들에
눈을 거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관심을 뒀기 때문에
삶의 여유를 얻었던 것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