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편 17

고사리 장마

by 전종호

사는 일에는 때가 있고

때를 맞추어 뜻을 세우듯


꽃이 피고 새가 울어

순한 바람의 시절을 골라

한 날 한 시

땅의 안과 밖에서 서로 똑똑


가시덤불 언 땅을 촉수로 잡고

털 보숭이 고개를 슬며시 쳐들 때

메마른 화산재를 적시는 초록비

땅과 하늘 마주 서 합장하는 고사리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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