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답다 하여 금수산錦繡山
맑고 향기로운 절 정방사淨芳寺를 바라보며
숨은 숲 안에 돌탑들 머리 숙여 빌고 있다
고개 들면 하늘에 흰 구름이요
허리 굽히면 양지바른 묏등만 보이는 나이
지난날 죄업이 쏟아지는 시냇물 같아
물소리 벗 삼아 등가죽 벗긴 돌 하나하나
놓다 보니 탑이 한 개 두 개 마침내 수십 개
쌓다 보면 저승으로 무지개를 놓을 수 있을까
머리 들면 바로 죽음이라 펴도 잘 펴지지 않는
늙어 휘어진 사과나무 허리 굽은 수형 같은
낡은 육신은 언제쯤 벗어 놓을 수 있을까
산 너머 두고 온 식구들은 잘 있는가
정방사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가피로
숨어 사는 골짝을 벗어나 돌아갈 수 있을까
수십 년 세월 함께 지킨 돌탑에 이끼가 끼고
늙은이 얼굴에도 여기저기 검버섯은 피는데
이승이든 저승이든 돌아갈 배는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