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원터

by 전종호

절은 없고 터만 남았다

사람은 가고 몇 개 석물만 남았다

금당터 주춧돌 앞에 삼층탑은 서서

두 손 모아 탑을 돌던 비원悲願과

간화선의 치열한 화두를 추억하고

모퉁이에 늙은 소나무 하나

무너진 세월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 꽃은 지고 피고

앞산의 단풍은 또 피었다 지고

물은 무심코 여울목을 휘돌아 가는데

심산유곡에 세운 높은 뜻은

시간을 건너고 산천을 돌고 흘러서

아랫사람들에게 널리 펼쳐졌을까

득도의 열기는 간데 없고

미천골 깊어 쌀쌀한 골짜기

석등 홀로 멀리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동강에서 비를 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