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에서 비를 피하며

by 전종호

강가에 앉아 물소리를 듣습니다

강은 물 물 물 하면서 큰 소리로 흘러갑니다

외씨버선길 걷다 호우에 갇힌 밤

툇마루에 앉아 혼자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빗소리 안으로 가라앉는 밤

펄은 다 물속에 잠기고

저녁나절 어른들 강둑에 서서

헛농사 걱정하며 웅성웅성 빈 걸음에

담배 연기 자욱하던 어릴 적

큰 물 난 금강 마을이 떠오르는 것은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아이 몸속에 남아 유전된 불안을

아침 동강에 앉아

도저한 흐름에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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