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에서

by 전종호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이 동사형이었다면

원대리 숲은 수려하고 세밀한 형용사였다

열차가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며 지날 때

시베리아 숲은 러시아 병사들의 열병식처럼

얼굴 돌려 거수경례로 희뜩희뜩 스쳐 갔으나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한국군의 사열식같이

하늘을 우러러 수십만의 나무가 똑바로 서서

군인처럼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는 수직의 돌격과 직선의 청량

나무 사이 적당한 거리의 균형으로

숲은 선線의 아름다운 질서를 드러내

눈부신 은빛 나무껍질과 머리에 인 초록 잎

하늘의 푸른빛과 땅 위의 붉어가는 단풍이

어울려 숲은 색의 지극至極을 달리고

산을 오르고 내리며 지나는 사람들도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도 숲의 일부일 뿐

숲은 사람들을 제 안으로 끌어안고 있다

숲에서 군대를 상상하는 도발을 용서한다면

군인의 절도와 바람의 자유는 동지가 되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던 흰색 바람이

원대리 자 작자 무 숲에 자작자작 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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