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10

- 접경의 인삼밭에서

by 전종호

한겨울에 비가 내리나니

다시 눈 내리는 분단의 접경

임진강 모퉁이 삐딱한 비탈밭에서

구름 지나 해가 뜨고 바람이 일어도

헐벗은 인삼은 한 곳에 육 년을 박혀

삼엄한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 아랑곳없어라

붉은 삼 딸을 피우고 지우며

천착穿鑿의 의미를 새기고 있네

나는 원래 한 곳에서 몇 년을 못 사는

떠돌이 방랑자여서

붙박이들의 소소한 기쁨이며

착근着根의 고통을 알지 못했으나

소리를 들어도 의미를 모르는

눈을 뜨고도 장님이요

눈 감고도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귀를 두고도 귀머거리인 것을

인삼밭에서 배우고 있네

밤마다 허물어지는 몸 위로 헛된 꿈이 무너지고

무너진 꿈을 일으키기 위해 밤새 애쓴 눈물이

다시 거품이 되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 식은땀을 닦는 아침

박토薄土의 반도를 견디고 언 땅에 뿌리를 박자

낡은 초막의 어린 인삼들 두런두런

서로 등 토닥이며 다짐하는 소리를 들으며

홀로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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