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비가 내리나니
다시 눈 내리는 분단의 접경
임진강 모퉁이 삐딱한 비탈밭에서
구름 지나 해가 뜨고 바람이 일어도
헐벗은 인삼은 한 곳에 육 년을 박혀
삼엄한 불신과 경계의 눈초리 아랑곳없어라
붉은 삼 딸을 피우고 지우며
천착穿鑿의 의미를 새기고 있네
나는 원래 한 곳에서 몇 년을 못 사는
떠돌이 방랑자여서
붙박이들의 소소한 기쁨이며
착근着根의 고통을 알지 못했으나
소리를 들어도 의미를 모르는
눈을 뜨고도 장님이요
눈 감고도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귀를 두고도 귀머거리인 것을
인삼밭에서 배우고 있네
밤마다 허물어지는 몸 위로 헛된 꿈이 무너지고
무너진 꿈을 일으키기 위해 밤새 애쓴 눈물이
다시 거품이 되는 허망한 꿈에서
깨어 식은땀을 닦는 아침
박토薄土의 반도를 견디고 언 땅에 뿌리를 박자
낡은 초막의 어린 인삼들 두런두런
서로 등 토닥이며 다짐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 홀로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