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마스크

by 전종호

무슨 골드바도 아니고

외국인이라고 미등록 외국인이라고

마스크 한 장을 구할 수가 없네


이 땅의 밭일 논일 뱃일 공장일

모텔의 온갖 추잡한 쓰레기 청소까지

험한 일 궂은일 도맡아 하는 우리에겐

공적 마스크 한 장을 내주지 않는다


작업용 마스크라도 빨아 쓰지 하는 사람

찌든 기름 냄새가 얼마나 골 때리는지

우리가 걸린 코로나는 결국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들과는 달리


인정이 눈곱만 한 작업장에 보내준

시민단체 교회와 사찰의 선량한 보살들의

각양각색 마스크에 '평등'이라고 굵게 쓴다


급여는 줄고 재난지원금은 차별하고

돼지우리 같은 주거까지는 또 몰라줘도

눈물 한 방울 없는 인도주의가 길을 잃고

평등이 울부짖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진국이 될 때 따라오지 못한

가난한 시절의 순한 마음을 불러

서로 힘이 되어 함께 핀 꽃 무리의 웃음을

코에 걸린 마스크에 그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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