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27

- 맹꽁이 실향민

by 전종호


임진강가에는 북녘에서 내려왔다 주저앉은

삼팔따라지 이산가족들도 많지만

신도시 바람으로 인간에게 논바닥을 빼앗기고

운정호숫가 한쪽으로 밀려나 이사한

수천수만 맹꽁이 실향민들도 살고 있다네


지긋지긋한 땅을 팔아 평생의 노동에서 벗어나

큰돈 한번 만져보고 싶은 농민들도 있고

녹색이니 농토니 이따위 건 나는 몰라

값싸게 땅을 수용해서 집 짓고 빌딩 지어

쌓두고 살고 싶은 눈 뻘건 건설업자들이 있고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업자들의 뒷배를 봐주는 통 큰 국가가 있으니


조상 대대로 살았던 웅덩이와 습지 고향을 잃고

그래도 녹색의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힘으로

죽지 않고 호숫가 대체 서식지로 쫓겨 나와

한숨인 듯 통곡인 듯 넋 놓고 울고 있는

실향민 맹꽁이들이 여기서 집단 서식하고 있다네


한 놈이 맹하면 다른 놈이 꽁하며 맹 맹 꽁 꽁

들리기엔 맹꽁맹꽁 하지만 각각 맹 맹 꽁 꽁

꾀꼬리는 노래로 장끼는 멋진 깃털로 유혹하듯

여기선 목청 큰 놈이 최고라 소리 공명법을 익혀

울음주머니 크게 부풀리고 목소리 높이 키워

암컷을 불러 종족의 가엾은 명줄을 이어가고 있네


장마철 한 철 한 사이에 새끼를 낳고

성체를 이루어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맹꽁이들

속전속결 다다익선 미워하면서 자본 논리를 배웠는지

아파트 숲속 한가운데 산뜻한 인공 호수

어두운 곳에 숨어 고향 빼앗긴 서러움 감추고

산책 나온 사람들의 어지러운 마음을 피해서

맹! 하고 꽁! 하며 제 짝을 부르며 울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