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눌노리 64

- 공사 중에 장 보기

by 전종호

어제 외부 벽체 세우기에 오늘은 내부 벽체를 세운다. 내부는 부엌과 침실, 서재, 화장실, 현관 등 작은 단위로 구분되고, 구분되는 경계 위에 벽을 세운다. 어제 세운 외부 샛기둥(스터드)에 더해 내부의 샛기둥들이 들어서자 산림처럼 나무숲이 빡빡하게 들어선다. 캐나다산 나무들이 들어와 한국의 숲이 된 것이다. 목재는 인공 건조된 캐나다산 SPF다. 인공건조는 목재의 치수 안정성, 품질을 향상해 뒤틀림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성질이 비슷한 가문비나무(spruce)와 소나무(pine), 전나무(fir) 마른 목재들이 섞이어 한국에서 다시 집안에서 생명의 숲을 이루어 집의 하중을 떠받치게 된 것이다. 샛기둥을 조립한 내부 벽체가 완성되면 내일쯤 다락방의 바닥 장선이 시작될 것이다.


어제 건축 팀장으로부터 전체 공사 세부 일정표를 받았다. 몇 번의 독촉 끝에 받아낸 것이다. 건축사로부터는 실시 도면을 받고, 시공팀으로부터는 세부 일정표를 받았으니, 공정의 진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까지 벽체와 지붕 구조가 완성되면, 다음 주는 전기 및 설비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조적(벽돌 쌓기) 하기 전에 창호가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창호는 기성품을 사서 다는 것이 아니라 실측을 해서 제작해야 되기 때문에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아니면 공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다. 창호업체를 방문해서 설명을 듣고 상품을 비교하고 주문을 의뢰해야 한다.


공사 계획 단계에서부터 창호의 중요성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단열의 핵심은 벽체가 아니라 창호라는 것이다. 창호에서 열기가 대부분 새나가기 때문에 기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좋은 창호가 필요하다. 건축사와 건축시공 팀장과 함께 근방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포천의 한 업체를 찾아 나섰다. 시장 가기 전에 리스트를 적어 가야 충동구매를 하지 않듯, 사전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멋있는 집이 아니라 살만한 집'이라는 집짓기 원칙을 기억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멋있는 걸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구조가 튼튼한 집, 단열이 잘 되는 집, 누수가 안 되는 집 그러고도 여유가 있으면 아름다운 집'이라는 마음을 먹어야 비싸고 멋있는 자재에 한 눈 팔지 않게 되는 것이다. 미국식 창호가 아니라 독일식 시스템 창호(베카 시스템)를 기본으로 하되, 알루미늄 새시가 아닌 pvc로 하되 미적 요소를 감안하여 랩핑을 하기로 했다. 다만 중요한 유리는 아르곤 가스가 적용된 low-e 3 중창 유리를 선택하기로 했다. lowㅡe 3 중창 유리는 단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었다. 파주는 중부 2 지역으로 가장 엄격한 단열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이라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단열기준 구역이 남부지역, 중부 1 지역, 중부 2 지역으로 구분된다고 한다).


창호업체에 가보니 기준은 같다고 해도, 챔버 수, 유리의 기능과 종류, 열고 닫고 기울고 밀고 당기는 기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제품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곤란할 지경이었다. 도면에 나와 있는 창이 문 2개를 빼고도 무려 15개다. 도면을 보고 창마다 하나씩 적합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주문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와서 실측 하기로 하고 방문을 끝냈다. 집 짓기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라더니 첫 선택의 과정이 끝났다. 오다가 들른 타일과 도기, 수전 전시장은 보기만 했지만 더욱 현란했다. 건축사와 건축시공 팀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걸 제대로 선택했을까 싶기도 하다.


"이게 좋은 거예요" 하고 무조건 들이밀지 않고 멀리까지 와서 우리에게 선택하도록 기회를 주고 전문적 조언을 해주며 도움을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업자에게 무조건 맡기지 않고 스스로 묻고 따지면서 선택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은 아내의 수고에도 박수를.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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