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현장 단상5 : 집 안의 덩굴과 뿌리
나무 기둥과 벽체는 구조를 완성케 하여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에 사람들이 머무는데 필요한 각종 선들이 다시 덩굴처럼 뿌리처럼 뻗어 나간다. 전기, 냉난방, 상하수도 설비 등의 선들이 굵기도 제각각이다. 매쉬망 위의 바닥 열선은 마치 어릴 적 미로 찾기 선처럼 깔려 있고, 배관 파이프에서부터 굵기, 모양, 색깔, 재질까지 각양각색 선들이 묶인 채 또는 외줄로 각각의 기둥을 타고 천장 곳곳까지 뻗어 있다. 선들이 얽힌 듯 어지럽게 보이지만 사실 모두 제자리에 정확한 위치에 있다. 제 몫이 있다. 특별한 디자인을 하지 않은 그런 실내 공간이 무슨 설치물 같다.
며칠 후 현장에 가 보니 그런 것들이 석고보드로 말끔히 마감되었다. 벽 속에 대부분 감춰졌지만 필요한 선들은 밖으로 빠져 있었다. 비스듬한 다락 천장에 별자리 조명을 위해 알록달록 선들이 여러 곳에 스프링 모양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어떤 곳은 말끔한 석고보드 벽에 까만 외줄 하나만 툭 떨어져 있다. 또 다른 벽들과 천장에는 선명한 파랑과 흰색의 두 선이 나란히 있고, 어떤 곳엔 신호등색 조합의 선이 동그랗게 말려 있다. 여기저기 선들이 마치 누군가의 깔맞춤 조합 같아 이번에는 디자인한 설치물로 보인다. 석고보드 속의 뿌리에서 밀어낸 여린 순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우주 같다. 집우(宇) 집주(宙).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 우주가 되고, 그래서 선조들은 우주를 집으로 비유한 것인가? 여기서도 착각의 늪은 여전하다. 내가 앞으로 생활하는 공간에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공간이 있다. 벽과 천장 속의 덩굴들과 바닥 난방선의 뿌리는 저마다 자신들의 모습을 감추고 제 몫을 다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 우주 속의 기운(편의)을 받아 소중함이 무엇인지 깨닫고 행복을 빚는 시간을 살게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