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편 3

바닷가에서 묻다

by 전종호

파도를 보며 그 소리의 사이를 걷는다

바다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더 나갈 수 없는 세상 끝 바닷가에서

한없이 조잘대는 파도의 숨 가쁜 소리를 듣는다

저 소리는 어디에서 올까

이 섬을 흔들었던 역사의 원혼들 아우성에서 왔을까

바다를 흔드는 저 바람은 어디로 갈까

쿠로시오 검은 물결 타고 오키나와 위령탑

청년들의 영혼에게로 갔을까

힘들고 외로운 제주 앞바다에 앉아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 앞마당

한가한 햇빛 자비롭게 쏟아지던

잠잠한 바다를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부담 없이

커피나 맥주 또는 물 한 잔 들고

바닷가 풀밭에 앉아

온 길도 갈 길도 걱정 없이

잠시를 즐기던 사람들의 무심한 휘게*가 그립다

밀물이 몰려오고 또 썰물처럼 빠져도

바다는 항상 국적도 사상도 없는 그 바다이듯

세상이 별거던가 인간의 세상도 결국은 그렇게 될 터

이미 몸으로 터득한 뱃사람들은

저마다의 속사정을 심중에 묻고

결연히 거친 바다 작은 배에 오늘 밤 몸을 맡기고

멀리 뭍 산사의 희미한 새벽 예불 그 간구를 듣는다

간절한 구원의 종소리는

소리의 사잇길을 가르고 언제쯤 내게도 당도할까

언제 다시 평화로운 잠에 빠져 꿈을 꿀 수 있을까

세상에서 떠밀려 제주 바닷가 헤매던 추사의 세한도 붓질에서

나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 하릴없이 세상 끝 제주 바닷가에서 길을 묻는다


* 편안함과 여유를 즐기는 덴마크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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