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항에서
울릉도 천부항天府港은 해가 뜬 곳으로 해가 졌다
아침마다 바다는 힘차게 타올랐고
저녁 항구는 온 바다가 연홍빛으로 물들었다
해가 저물자 사내들은 서둘러 바다에 나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바다에서 빛나는 것은 해나 달만이 아니었다
사내들은 밤마다 어화漁火를 밝히고
해가 뜰 때 바다의 불을 끄고 돌아왔다
하늘을 볼 수 없는 울창한 숲에
선조들이 나무를 베고 하늘 구멍을 내어
천부天府라 하고 하늘 마을을 이루었듯
사내들은 거친 바다에 나가 하늘을 뚫고
불을 밝혀 천부의 바다 마을을 이루었다
갈매기는 돌아왔고 다시 해가 진다
절정에 닿을수록 더욱 붉어지는 벚꽃처럼
석양은 후박나무 수풀 너머 하늘에
애잔하게 연주황 물감을 풀어내고
숨을 죽인 나그네는 지는 빛에 젖어 들고 있다
아프다 사라지는 것은 모두 물결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