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봉 가는 길에
아침에 귀인을 만났다
울릉을 참으로 사랑하는 주민이
울릉 풍경의 백미는 깃대봉이니
울릉의 구석구석 속 깊이 디벼 보라고
여행자를 추산마을 입구에 내려놓았다
덕분에 오늘 갈 길을 멀리 잡았다
깃대봉 오르는 길에 사진작가를 만났다
어리고 작은 꽃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이놈이 무언지 아세요 제비꽃 아닌가요
야는 독도제비꽃이고 쟈는 우산제비꽃인데
요놈들이 교잡한 애가 남산제비꽃이요
이 애 저 애 꽃들의 친밀한 호명을 들으며
나는 얼마나 자주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얼마나 많이 낮은 자세로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었는가 반성한다
깃대봉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은총 같은 햇빛이 비늘처럼 쏟아지고
현포 앞바다 물빛은 더 없는 쪽빛이었다
신령수 앞에서 그의 도시락을 나눠 먹으며
얼마나 내 것을 내놓고 살았는지 돌아보았다
정상에 헬기가 떴다
산에서 명이 뜯는 사람이 실족하였다
욕심에 기꺼이 한 걸음씩 높은 곳에 올랐으리라
죽은 자를 비난하지 말라
누군가를 위해 목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성인봉 가는 길에
감히 성인까지는 아니고
하루 종일 보통 사람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