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서
한바다 파도 고달픈 바위섬에서
일상을 바람에 매고 갈매기들이
서성이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지키려는 자들의 분주한 태극기 물결과
넘보는 자들의 선상 시위를 때때로 바라보면서
태극처럼 소용돌이치는 난바다에서
부질없이 국가의 경계는 무엇이며
섬을 실효 지배하는 우리는 아랑곳없는
무례한 인간들 깃발의 의미를 묻고 있다
내 할 수 있다면
울릉 동백 씨앗 몇 개 물고 와
따뜻한 곳에 키워 꽃을 피우고
해 뜨는 곳을 사모하는 사람들과
해 지는 곳에 헛꿈을 가진 사람들을
손수 키운 동백 숲 그늘 아래 한데 모아
보랏빛 해국海菊 무리무리 발아래 두고
인간의 흉내를 내어
푸짐한 호박 막걸리 한 상 차려 내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뜨거운 섬에서
괭이갈매기들이 모여 앉아 혀를 차며
꺄르륵 꺄르륵 함께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