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태초 이후에도 부름이 있었고
부름이 있으매 이름이 있었고
이름이 있어 구별이 있었고
구별이 있으므로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누구인지 알게 됨으로써
뜨거운 한낮에 애써 꽃대를 세우고
꽃을 피웠나니 어여뻐라
우리 모두 피어난 꽃이니
기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노라
죽어 별이 되리라
꽃을 비추는 별이 되리라
빛나는 꽃이여
그러함으로 당당히 받들 수 있고
당신을 받들 수 있으므로
그대 안에 다시 태어나
일컬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내 기꺼이 죽으리라
이름을 벗어 존재를 걸고
십자가에 매달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