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 11

몽산포 해당화

by 전종호


아직은 해당화가 피어 있었다

방파제에 갇힌 갯바람이 순해져

모래 언덕은 자꾸만 무너졌고

갈매기는 여전히 분주했으나

해당화 피고 지던 시절 총각 선생님을

노래하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간혹 해당화의 노래를 잊지 못하는

철 지난 사람들이 포구에 모이고

꽃이라고는 마음에 없는 사람들에 섞여

청년의 때처럼 한 잔 술에 취해 울었으나

비빌 언덕을 잃은 해당화는 따라 울지 못했다


나이 들어도 늙지 못하는 사내들만이

밤이 늦도록 잔을 놓지 못할 뿐

부풀어 떠들다 다시 잠든 바다를 끼고

찔레인 듯 장미인 듯 꿈결인 듯 생시인 듯

해당화 혼자서 부실한 모래 한 주먹 붙잡고

몽산포 붉은 노을 한 조각 베어 물고 있었다


탐욕의 휴양은 자본의 꽃씨처럼 퍼지고

그리움이야 이제는 하찮은 것이라

꽃 넝쿨 팔 걸고 뻗을 자리 하나 남기지 않고

개발이 모래밭 흰 목을 조여 오자

사라지는 것들은 아직 안부도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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