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피는 것이 무슨 허물이랴
서러운 날 주저앉아 등 기대어
눈물 훔치고 사는 것이 삶인 것을
혹시나 꿈속에서 임 볼까 하여
기어이 담이나 나무를 타고 올라
끝내 우아한 주황 울음 터뜨리고
바람 불면 가끔 줄기를 흔들어
담장 너머 찬란한 함성을 지르느니
입추 거쳐 말복을 지나도
맹렬한 염천炎天 아래서
곧은 목 빼 들고 꼿꼿이
그래도 곧 가을이 오리라
꽃차례 햇살에 통째로 떨구며
삶의 떨림으로 꽃은 피고
새 삶의 기약을 믿고 지는 것이라
하늘을 붙잡고 외치고 있다
아름답구나 못다한 사랑이여
눈물겨운 윤회가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