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의 단서들
어린 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만화·영화·소설 속 캐릭터, 혹은 존경하거나 롤모델로 삼았던 사람이 있었다면 그 인물의 어떤 점에 마음이 움직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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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들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이미 그때부터 내 영혼의 방향을 보여주는 지도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서로 전혀 달라 보였던 캐릭터들 속에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나다움’이 숨어 있었다.
나는 언제나 상상력, 탐험, 그리고 선함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에게 끌렸다.
첫 번째, 『빨간 머리 앤』을 사랑했던 이유는 그녀의 끝없는 상상력, 긍정성,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관계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앤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언어와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하듯, 나도 지금 글쓰기와 질문과 마음의 탐구로 사람들에게 연결과 치유를 전하고 있다.
두 번째, 『시간탐험대』를 좋아했던 이유는 시간과 공간과 세계관을 넘나들며 배우고 성장하는 서사였다.
익숙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존재에게 어린 나는 본능적으로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세계를 여행하며,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고, 장소가 바뀔 때마다 나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는 삶을 살고 있다.
세 번째,『캡틴 플래닛』에 마음이 움직였던 이유 역시 분명하다.
나 혼자 빛나는 영웅이 아니라, 서로의 힘이 모여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이야기.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과 본질을 발휘하며 함께 성장하고, 공동체가 치유되는 세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도 결국 같다. 사람들과 함께 깨닫고 성장하며, 사랑과 의식이 확장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
어린 시절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들은 이미 지금의 나를 예고하고 있었다.
상상력으로 마음을 연결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면서 배우고 성장하고,
사랑과 선함으로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
돌아보니, 아이였던 나는 나에게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이 사랑이며, 무엇이 삶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조용히 약속한다.
어린 시절의 내가 부끄럽지 않은 삶,
순수함을 지녔을 때 끌렸던 방식대로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그리고 그 약속을 이렇게 정리한다.
“The privilege of a lifetime is to become who you truly are.” — Carl Gustav Jung
인생의 특권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칼 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