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로운 이유

기억의 냄새와 추억의 눈빛

by 마자

마주한 세상이 텅 빈 듯 공허할 때가 있다. 마음이 쓰린 어느 날 누군가의 따뜻했던 눈빛을 떠올리면 좀 나을까 해 폭신한 인형을 끌어안고 털썩 소파에 앉았다. 모두가 짝이 있는데 나만 덩그러니 놓아진 것 같은 날이 무수했다.




석사 1학기 때 참여했던 워크숍에서 강렬한 경험을 했다. 하얀 종이 위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보란 지시에 조금은 납작한 동그라미를 그리고 호빵을 떠올리며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자, 그 동그라미에 어릴 적 보았던 엄마의 표정을 그려보세요."


성실히 과제를 수행해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갈색 색연필을 집어드는 동시에 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그릴 수 없었다.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 나는 엄마가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은 지나친 연민이 되어 나를 가뒀다. 모두가 저마다의 엄마를 그려냈지만 나는 끝내 점하나를 찍지 못하고 우두커니 자리를 지켰다.


어릴 적 지쳐 보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가 떠올라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어른인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때 어린 나는 엄마의 눈 맞춤이, 다정한 질문이, 부드러운 손길이 늘 고팠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 4.jpg


분명 있는데 없는 느낌은 실제 없는 것보다 훨씬 외로운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른이 된 후에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연락이 닿지 않고 보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지면 곧장 마음이 불안에 갖다 붙었다.


멀어지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외로웠다. 이 외로움은 지독하게 나를 괴롭혔다. 사랑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이별을 견딜 수 없어 숨 가쁘게 다른 사랑에 자리를 잡곤 했다. 사랑의 이유를 증명하라 요구했고 365일 처음과 같은 강도 높은 애정을 갈구했다. 하여 함께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으면 견딜 수 없이 두려웠다.



우리가 외로운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사랑하는 대상이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감각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아도 마음에는 존재한다는 믿음이 없으니 그리움이 고립으로 스스로를 이끈다.


혼자 있어도 곁에 있는 느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떠올려보자.

나를 의심했던 어느 날, "요즘 어때? 괜찮아? 무슨 일 있어?" 하며 물어주던 누군가의 다정한 질문을.

실패와 좌절로 얼룩진 날, 응원을 보내주던 따뜻한 눈빛과 토닥임을.

입술을 떼면 눈물부터 터질 것 같은 날의 말없는 위로의 마주함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우리에게 이런 순간들이 있다.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기억의 냄새와 추억의 눈빛은 나를 안전한 세상, 사랑하는 대상과 연결시켜 준다.


소중한 사람이 외로워하고 있다면 다정한 질문과 따뜻한 눈빛, 말없는 위로로 차갑에 얼어버린 그의 마음을 뭉근하게 데워주자.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