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일어났지만, 왠지 피곤하여 조금 더 누워 있어 본다.
심심하면 한 번씩 워치를 이용하여 테스트해 보는 것.
편안함 게이지 안에 들어오면 왠지 안심이 된다.
심장의 두근거림도 일시에 '그럴 수도 있는' 상태로 치부하며 여유로워질 수 있는 마법의 컬러, 푸른색.
마카를 주문하였다.
80 컬러는 좀 많기도 하고, 마카는 왠지 뚜껑 컬러와 실제 색상이 다르기에 색상표를 만들어 보았다.
테이블에 묻은 마카는 알코올솜을 이용하면 깨끗이 닦인다, 빵끗.
잠깐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
무언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곧바로 귀찮아졌다.
'그냥 김밥이나 한 줄 사다가 라면 끓여서 같이 먹을까?'
김밥집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가장 싼 게 5,000원짜리 야채김밥이야?
김밥이 1,000원이었던 시절은 애저녁에 물 건너갔는데, 내 가슴속에 생존하고 있는 꼰대 한 마리는 가끔 예전 시절의 가격을 호출해 내며 소비를 망설이게 한다.
뭐, 비싸긴 하다.
차기 대안으로 편의점 삼각김밥을 떠올려 보았으나, 아무래도 둥근 원통형의 김밥에서 나오는 낭만(?)을 대체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냥 만들어 먹어야지, 뭐.
냉장고를 열고 김밥에 넣을 만한 것을 잠깐 고민하다가 우메보시와 스트링 치즈, 아직까지 생존해 있던 슬라이스 치즈 어르신 두 장, 그리고 크래미를 꺼냈다.
손으로 투박하게 둘둘 말아서 김밥의 형상을 갖춰낸 후, 라면에 새우를 넣고 하나 호르륵 끓여낸 후 식사를 하였다.
시큼한 우메보시와 부드러운 치즈, 매콤 짭조름한 라면의 조화는 꽤나 잘 어울렸다.
오늘도 누워 있는 개구리씨 (코끼리 인형).
요즘은 왠지 밥을 먹고 나면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라, 설거지 후에 습관적으로 벌러덩 눕게 된다.
집이니까 가능한 것이긴 하다.
한 20분 정도 까무룩 잠에 빠졌다가, 마카펜을 이용하여 그림 그리기에 도전하였다.
나는 디지털 채색만 하던 사람이라, 그리고 오프라인 채색은 색연필만 하던 사람이라 그런 걸까 - 마카펜이라는 이 채색 도구는 영 거칠어서 당황스럽다.
화르륵하며 자기감정을 일순간 진하게 쏟아 냈다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며 유해지는 이 모습이 낯설다.
두 번, 세 번 겹쳐질수록 묘하게 진해지는 것도 어렵다.
스멀스멀 번져 가는 것도 마찬가지.
어린 망아지 같다.
투명도 50으로 놓고 화면을 확대해서 칠하고 싶다!
아악 레이어 추가하고 싶다!
Ctrl+Z 하고 싶다!
왠지 마카펜은 한참을 써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다.
낮에 먹던 김밥이 남아서, 자연스레 저녁 메뉴로 떡볶이가 생각이 났다.
스트링 치즈 남은 것을 가지고 치즈떡을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에, 월남쌈을 꺼내어 도르륵 말아 냈다.
야매 치즈떡으로 떡볶이 끓여서 먹기.
이걸로 떡볶이를 만드는 것은 왠지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 국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
그래도 나름 집에서 이것저것 잘 만들어 먹었던 하루였다.
20일간의 일기는 오늘로써 끝이 난다.
일기를 연재한다고 해서 내게 뭐가 남을까 - 사실 일기를 쓰는 동안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자꾸 어두운 이야기만 떠오르고, 사물에 너무 과하게 감정 이입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왠지 가까이하기엔 너무 버거운 당신 - 그런데 이런 게 나 자신이라니.
그래서 마지막 일기를 올리는 오늘은 담담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21일째인 날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낼까 궁금한 마음에, 오프라인으로도 일기를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다.
사실 과거에 꾸준히 일기를 썼으나 요즘 기록에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나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
어쩌면 20일간의 일기는, 나라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욕구를 담아낸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왠지 또 슬금슬금 거창해지려고 하는 것만 같아 여기서 마무리.
별 거 아닌 사람의 20일 일기는 이것으로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