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와 치통

by Peach못한

10월 5일은 일요일이자 추석 연휴의 시작.

즉, 어쨌거나 빨간 날.


나는 치통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정확하게는 10월 3일, 연휴 첫날부터.

치아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

수원 화성 스탬프 투어를 위해 내려간 그날, 온갖 집중력을 발휘하여 굿즈까지 챙겨 들고 집으로 온 후 - 그대로 뻗어 끙끙 앓기 시작했다.


나는 지난겨울, 어금니 4개가 갑작스레 깨져 치과에 목돈을 바친 적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다.

늘 화가 나면 분출하는 대신, 삭히는 습관이 있다.

작년, 독립을 하느라 이사를 하고 가구를 조립식으로 새로 샀다.

가뜩이나 돈도 없는 와중에 맞닥뜨린 신경 치료.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합격의 지르코니아 - 4개.

250만 원이라는 돈이 통장에서 훅 빠져나가니 아찔했다.

억울한 마음에 울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절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더라도 이는 깨물지 않으리라.

단단한 음식, 질긴 것 모두 피하면서 조심히 지냈다.


그리고 추석 연휴.

이가 또 깨진 느낌이었다.

익숙한 통증, 그리고 감각이 무뎌진 턱.

최근 몇 주 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진통제를 다섯 알을 먹었으나 낫질 않았다.

결국, 다 큰 어른이 턱을 부여잡고 혼자 서럽게 울어 버렸다.

있는 대로 약을 꺼내 놓고 사진을 찍은 뒤, 약국에 찾아갔다 - 추가로 먹어도 되는 약이 뭐가 있는가 여쭤 보러.


사님께서는 "이미 진통제는 허용 범위를 넘어섰기에 더 드시는 것은 안된다"며 유일하게 응급실에 치과가 있는 대학병원 전화번호를 하나 적어 주셨다.

그 응급실에서는, 여기는 위급 환자만 오는 곳이기에 깨진 이의 신경 치료 등 세심한 치료는 불가능하다며 365일 여는 치과 번호를 하나 알려 주셨다.


치과의 "여보세요" 소리가 너무 반가웠던 그날.

어두운 하늘에 비치는 한줄기 빛을 본 심정으로 바로 예약을 했다.

이따가 진료를 보러 갈 예정이다.


추석 음식을 사놓지 않아 다행이다.

아니, 사실 떡을 사다 두긴 했었다.

이미 냉장고 안에서 딱딱하게 기죽어 있는 알록달록 송편 한 팩은 냉장고를 열 때마다 움츠러드는 것 같다.


진료를 받고 나면 추석 연휴가 끝나기 전에 떡을 먹을 수 있을까.

며칠간 우유와 식은 수프만 먹었는데.

치통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바로 지금일 테고, 병원을 다녀오면 나아질 테니까 - 다녀와서 무언가 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설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