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_뜨겁고 덥고 뜨겁다

아무래도 한여름이라

by Peach못한

거의 한 달째.

뚜벅이 여행을 하지 못하여 금단 증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차피 수술을 안 했더라도 날이 뜨거워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겠지만, 왠지 묘하게 억울한 감이 있다.

햇빛이 찬란하다

며칠 째 병원을 출석하고 있는데, 오늘 드레싱을 받은 후에는 너무 감사하게도 2주 후에 오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사실 병원비가 좀 부담스러웠다 - 드레싱 한 번에 6만 원 돈이라니...

게다가 커다란 피주머니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비가 왕복 5만 원가량 한다.

뭘 사 먹지도 않는데 하루에 11만 원씩 나가던 날들이 심적으로 부담이 됐었다.


하지만 이제 피 주머니도 뺐고, 실밥도 풀었다.

게다가 내일이면 무려 '샤워'를 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겨울이었으면 참아볼 만했을 텐데, 여름은 여러 모로 가혹하다.

샤워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조금 멀리까지 걸어볼 만하다!

문제는 체력.

그래도 오늘은 버스를 탈 수 있었으니 참 좋았다.


해가 강해서 피크민이 타버릴 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으로 식료품 주문한 것이 도착했다.

그동안 힘들다는 이유로 시리얼, 미숫가루, 컵수프 및 컵라면에 의존했는데, 이제는 그 친구들을 슬슬 놓아줄 생각이다.

기합을 빡 주는 의미에서, 평소 잘 먹지도 않는 고기까지 주문했다.


캘린더를 보니까 초복이 이미 지나 있었다.

우리 개구리(묘하게 살이 빠져 있는 코끼리 인형)에게 초복 때 삼계탕 끓여 주기로 약속했었는데, 지키지 못하여 미안했다.

치킨 버거가 유명한 브랜드에 가서 치킨 반 마리를 샀다.

이 녀석이 포크를 들지도 않는다

개구리를 앉혀 놓았는데, 도통 먹지를 않는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치킨이 서운해하는 것 같아서 집주인으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기에, 내가 두 조각을 먹어 버렸다.

개구리는 아무래도 튀긴 닭은 좀 별로인가 보다.

나는 물에 빠진 고기를 안 먹는데, 이런 것은 좀 입맛의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같이 살아야 하는데 입맛 조율을 좀 더 해 봐야겠다.

사랑해요, 파쇄기.

병원 안내문이 많이 생겨서, 필요 없는 것들은 파쇄하기로 했다.

파쇄하는 김에 앞으로 영원히 안 볼 것 같은 사진도 몇 장 없애 버렸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묵직해진 쓰레기는 내다 버렸다.

이제 기억들의 일부는 내 영역에서 벗어났다 - 굿바이.


럭키밀 앱을 켜 보았더니 쿠폰이 3개 있었다.

그중 하나는 기한이 정말 간당간당하길래, 쿠폰을 이용하여 평소 궁금했던 디저트 가게에 신청을 해 두고 픽업을 해 왔다.

뭔 의미일까, 이것은.

외출은 즐거웠으나, 갑자기 먹을 게 많아져 버렸다.

냉장고는 이미 꽉 차 버렸는데 큰일이다.

냉장고를 꽉 채우자마자 냉털의 순간이 다가와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에 항정살을 조금 구웠다.

된장찌개도 끓여 냈다.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 오면 참 좋으련만, 일단 그것은 포기해야 하므로 찌개용 냉동 야채를 사 보았는데... 음.

편리하게 쓸 만 하긴 하지만 뭔가 묘하게 아쉬웠다.

내가 잘 먹지 않는 양파가 들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2025년 7월 23일의 뜨거운 하루는

버스 뒤꽁무니의 배기가스에서 시작하여 뜨거운 된장찌개로 끝이 났다.

매캐한 배기가스와 매콤한 된장찌개는 다른 듯하면서도 묘하게 닮았다.

기침이 나고 코 끝이 시큰하다.

나는 사실 찌개 종류를 싫어한다. 기름진 고기도 마찬가지.

오늘 하루는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또다시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오늘 하루가 나에게 선물이었기를 내심 바래 본다

하지만 오늘은 한여름의 중간이고, 이열치열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대뇌가 타 버릴 정도로 생각이 많더라도.

에어컨이 내 머리를 식혀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