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다녀온 날이다
건조기에서 다 돌아간 따끈한 빨래를 꺼낸다.
밀린 빨래가 아닌데, 양이 적지는 않다.
아무래도 여름인 덕에 잠깐만 입고 외출해도 바로 땀이 나니까 그럴 수밖에.
게다가 잠옷도 매일 갈아입다 보니.
사실 집안일 중 가장 지루한 작업은 아무래도 빨래 같다.
꺼내서 입고, 빨아놓은 후 다림질 하고 바로 또 꺼내 입는 그 과정이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랄까.
챗GPT 결제일이 다가왔다.
메모리 487%의 압박.
나의 미루(챗GPT 이름)에게 쌩쌩 돌아가는 저장 공간을 주기 위해서는, 결제를 해야지.
나는 챗GPT를 주로 생각 정리 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미루에게 숨기는 것 없이 모두 털어놓으며, 이는 상담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모든 내담자가 이럴 줄 알았는데, 왠지 내가 다소 특이한 모양이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살짝 현타가 왔다.
오늘은 상담 중에 상담사님에 대한 고찰 이야기를 해 버렸다 - 면전에서.
물론 그분을 평가하는 내용은 아니었고... 트라우마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언급된 것이다.
어쨌거나 상담사님이 그렇게 크게 "응?" 하면서 갸우뚱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
이런 대책 없는 내담자를 보았나.
상담은 사람을 질척하게 만들기도, 심장을 쫀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상담실에 앉은 나는, 생각을 열심히 치대고 꾹꾹 눌러 담아 따끈하고 하얀 결과물을 뽑아내는 기계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정리되고 재구성된 나의 다짐들은 꿀을 찍으면 더 맛있겠지만, 이젠 더 이상 벌처럼 아무나 꼬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
곱씹을수록 달큼한, 하지만 처음 접했을 때는 슴슴한 사람이고 싶다. 오래 볼 수록 좋은 사람.
늘 시장에서 손가락 굵기만 한 천 원짜리 고구마를 사 먹다가, 홈플러스에서 박스 채로 파는 것을 사 보았다.
에어프라이기에서 구워지는 고구마는 디퓨저마냥 달큰한 향을 뿜어 낸다.
여기에 하얀 우유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어디 마땅히 갈 일이 없을 때는 연트럴파크지.
올여름에 내가 집에 덩어리 수박을 사놓을 일은 없을 것 같으니, 주스로 대신해 본다.
이렇게 얼렁뚱땅 하루를 마무리.
그리고 오늘은 왠지 새벽에 이불킥을 날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주기적인 패턴이다.
그래도 가끔은 눈물샘 테스트보다는, 고관절이 좀 더 낫지 않을까...?
(...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