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이런 남자 찾아서 결혼해라
만 7년을 꼬박 채우고 8년 차에 접어든 나의 결혼생활. 이제는 이 주제를 스윽 논해봐도 되는 연차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직까지 친구와 대화할 때면 농담반 진담반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외치는 나지만, 그래도 앞으로 50년 내지 70년(백세시대니까)을 더 산다고 하더라도 초기는 안정적으로 지나고 있는 중이니까, 나중에 아이에게 내 견해를 전하기에 앞서 생각을 정리할 목적으로 글을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
기혼자인 지인을 만나면 너무 자랑같아서 남편에 대한 내 생각을 나누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남편이 좋고 애틋하다.
결혼준비 할 때 구남친 현남편인 그에게 당당하게 선포한 것이 무색하게도...
"난 평생 엄마가 오빠보다 더 좋을거야. 내 마음 속 넘버원의 자리를 넘볼 생각하지마!"
남편은 그 때도 빙그레 웃기만 하면서 그래, 하고 말았던 것 같다. 내 인생 넘버원이 될 줄 알아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거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십대의 끝자락에 나는 출산을 했고 조리원에서 남편이 가져온 <어쿠스틱 라이프>의 한 대목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평생을 몸담아 온 부모님이 만든 가정보다 내 가정이 이렇게 금방 더 소중해지다니' 뭐 이런 내용이었지. 그걸 보고 깨달았다. 이게 자연의 섭리구나. 결혼한지 1년도 채 안 되어서 나는 내가 꾸린 가정이 엄마가 만든 가정보다 훨씬 소중해졌다. 그리고 그래야 되는 거였다. 안 그러면 직무유기다.
그게 가정을 꾸리기로 선택한 어른의 삶이니까.
그런데, 나는 그래야 해서 그렇게 살 만큼 몸과 마음이 성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는 어리기도 했고, 30대 중반이 된 지금 돌아보니 확실히 더 그랬다. 남편이 결혼해보니 점점 더 좋아져서 평생 누구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엄마에 대한 사랑보다 더 커졌고, 그런 남편을 쏙 빼닮은 자식도 그만큼 좋고, 그러니까 내 가정이 너무 소중해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이 좋은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우리 할머니 표현에 따르면 '입안에 혀처럼(?)' 잘해주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려고 할 것이다. 상황과 조건에 타협하는 경우도 있다고들 하지만, 웬만하면 대부분 자기가 이성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 그런데 결혼하고 남편이 싫어졌다는 언니들은 1. 이런 줄 몰랐지 2. 이렇게 변할지 몰랐지 로 남편욕의 운을 띄운다. 중간에 생략된 서사가 많겠지만, 남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의외의 행동에 따른 실망감'이 지속 되어 '배신감', '분노'를 지나 '애정감소'의 상태를 오랜 기간 이어가는 것 같다.
남편이 나를 꼬실 때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뭐 하나 상위1프로에 들 만한 특출난 구석은 없지만, 결격사유가 없는, 모든 구성요소가 상위10프로에 해당하는 남자라고. 그리고 이런 남자 찾기가 더 어려운 것 아냐고. 이런 말이 솔깃했지만, 남편의 이 말은 돌아보니 틀린 거였다. 살아보니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재평가받기도 하고 그러더라. 내가 구성하는 범주가 바뀌기도 하고, 랭크값이 바뀌기도 하면서.
그러니까 변하지 않는 것, 나를 아껴주는 마음, 그걸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랑이었다. 아이한테 지금도 말한다. 다정한 사람이 최고야.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정한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