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each Seoul
취향의 공간으로서의 서울
경험으로 가득찬 풍요로운 삶을 동경했다. 어린 시절 부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스스로 행했다. 일단 경험의 바다에 온 몸을 던졌다. 다양한 여행과 해외 거주 경험이 축적이 되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여행하는 방식과 취향이 생겼다. '파리가 좋아요' 가 아니라 '루브르 보다는 하루 종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예쁜 정원이 있는 로댕 미술관을 좋아해요'라든지 '파리 마레 지구에 있는 갓 구운 크로와상을 맛볼 수 있는 오래된 로컬 베이커리가 좋아요' 식으로 구체적 표현이 가능해졌다. 지역의 주요 명소를 찍기 보다는 동네 백수처럼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내 취향이다.
개성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은 로컬 가게들이다. 뉴욕을 뉴욕스럽게 만드는 것은 5번가에 위치한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뉴욕커들이 애용하는 집 앞 로컬 부티크나 카페들이다. 걷다보면 잘 알려지지 않는 현지의 귀여운 장소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빈티지 샵에서 하나 밖에 없는 보물을 찾는 것처럼 여행 책자에는 소개되지 않는 Local's favorite place를 찾는 즐거움이 있다. 내 취향을 기준으로 내 버전의 도시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됬다.
퇴사 후 나의 취향을 커리어로 만들고 싶었다. 해외 뉴스 등을 통해 K-culture의 위상 변화를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실감이 나지는 않았다. 서촌 로컬이 안내하는 서촌 기행에 참여 한 후 서울의 색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내가 알던 서울과는 다른 서울이 존재하고 있었다. 성북동, 혜화동, 을지로 등 오래된 서울 지역을 걸어 다니며 서울을 탐문하였다. 서울에 대한 지식이 쌓이며 서울 속에서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개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서촌은 파리 마레지구와 같은 분위기를 가졌고 성수는 브룩쿨린을 생각나게 했다. 골목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로컬 가게들이 비온뒤 잡초 자라듯 생겨나고 있었다. 나와 같은 도시 방랑자에게 이보다 기쁜 현상은 없었다. 서촌 수성동 계곡처럼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자연 환경은 서울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서울이 세계 문화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내 버전의 서울을 외국인에게 보여주자. 서울의 좋은것들을 내 취향을 기준으로 취합하고 정리하여 친한 친구가 자신의 동네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은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모바일 시대에 맞게 모바일 정기 구독 앱으로 만들고, 분기별로 오리지널 컨텐츠를 업데이트 하기로 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Peach Seoul은 개발사와의 우여 곡절을 거쳐 2021년 7월에 정식 출시 되었다. 아직 내가 생각하는 모든 서비스가 갖춰진 상태는 아니다. 미흡하지만 고객의 반응을 보고 내용과 기능을 보완해가며 완성도를 높여갈 생각이다.
복숭아, 桃, Peach ; 21세기 문화 이상향
Peach Seoul로 브랜드명을 정한것은 20세기 문화 중심인 Big apple, New York 다음으로 21세기 문화 중심이 될 서울을 상징하고자 함이다. 오랜 세월 동안 동양 문화권에서 복숭아는 신선들이 즐기는 천상의 과일로 여겨져 왔다. 최근에는 K-pop 팬덤에서 상큼한 미모와 매력을 갖춘 아이돌에게 복숭아라는 별명을 부르는 현상이 있다. 이에 직감적으로 세련되지만 톡톡튀는 매력을 가진 서울의 로컬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Peach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성있지만 너무 진지하지 않고 세련되지만 너무 고루하지 않은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운 컨텐츠로 채워 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