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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콩쉐이크 Apr 06. 2023

홋카이도 냉동삼겹 샤부샤부

 일이 있어 홋카이도에 갔을 때였다. 2~3일 삿포로를 구경하다 루스츠 리조트에서 행사를 잠깐 하고 3박 4일간 스키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여느 관광지가 다 그렇듯 리조트 안의 음식들은 비싼 데다 맛도 그저 그랬다. 그래도 바깥은 온통 눈밭이라 나가기가 부담스러워 며칠을 리조트 안에서 견뎠지만, 어느 날은 결국 건물 밖을 나섰다.

  

 몇 번 미끄러질 위기를 넘기며 눈 쌓인 밤길을 걷다 보면 눈에 파묻힌 식당들이 나온다. Yo-Chan이라는 나베집에 들어가니 만석이라 예약을 안 했으면 자리가 없단다. 하는 수 없이 뭘 파는지도 모르고 들어간 옆 식당은 무심하게 꽂혀있는 삽 하나가 인상적인 작은 가게였다. 

 간장에 조린 관자와 샤부샤부를 주문했는데, 샤부샤부가 몹시 단출했다. 돌돌 말린 냉동 고기와 다시마 한 장 띄운 육수에 파채가 전부. 찍어먹을 소스도 따로 없어서 간장이라도 한 종지씩 달라고 해 받아냈다. 파와 함께 고기를 데쳐서 먹으라는 설명을 듣고 고기를 한 점 먹어보니 파채와 고기의 조합이 썩 괜찮다. 한참을 먹다가 뭔가 낯설어 다시 메뉴판을 보니 "Rusutu Pork and Hakodate Green Onion, 1800¥"이라는 글씨가 눈에 띈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온 타국 땅에서 냉동 삼겹살을 1.8만 원을 주고 먹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곧 '돼지로 만든 샤부샤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돼지고기를 꼭 익혀서 먹기 때문에 샤부샤부는 주로 양이나 소고기를 사용한다. 낯선 재료는 하나도 없는데, 굉장히 생소한 음식인 셈이다.


 샤부샤부의 마지막은 죽이었다. 내온 죽 거리도 별게 없었는데, 밥과 계란, 그리고 다진 파를 남은 국물에 넣고 쓱쓱 비볐다. 죽 치고는 물이 너무 많지 않나 싶을 즈음, 밥과 계란이 불어서 그럴싸한 죽이 됐다. 돼지육수에 파 향이 어우러져 맛이 썩 좋았다.


 익숙한 듯 낯선 음식이라 기억에 남는다. 들어가는 재료도 별로 없고. 이 정도면 나도 해볼 만하지 싶어 더듬더듬 맛을 떠올리며 따라 만들었다. 간장소스는 계란 노른자를 풀어 조금 업그레이드했다. 제법 비슷한 맛.



 북해도 냉동삼겹 샤부샤부

재료

냉동 대패삼겹살, 대파, 다시마, 계란, 쯔유


만드는 법

냄비에 다시마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 뒤 끓인다

쯔유에 계란 노른자를 풀어 소스를 만든다.

채 썬 파와 함께 삼겹살을 샤부샤부해 소스에 찍어 먹는다.

국물을 덜어내고 계란, 다진 파와 함께 밥을 넣어 죽처럼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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