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기다림의 가치에 대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두 부류의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하나는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는 아이들이고, 또 하나는 천천히 이해하고 느리게 익혀가는 아이들입니다. 첫 번째 부류의 아이들은 흔히 영리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 금세 이해하고, 수업에서도 앞서 나가며, 테스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곤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에게 "우수하다", "기대되는 아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아이는 가능성이 커요." "잘 가르치면 금방 성과가 날 거예요." 그런 말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의 기준이 만들어집니다. 빠른 속도와 즉각적인 결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반면, 두 번째 부류의 아이들은 천천히 배우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어떤 개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반복이 필요하며, 실수도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세상은 빨리 따라와야 한다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재촉합니다. "더 열심히 해야지." "왜 아직도 이해 못 했어?" "빨리 따라잡아야지, 뒤처지면 안 돼."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는 부족한 걸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두 부류의 아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빠르게 배우는 아이들은 분명 눈에 띄는 성과를 보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고, 성적을 올립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꼼꼼하게 쌓인 단단한 기초가 아니라, 모래성을 쌓듯 급하게 익힌 지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시험에서는 정답을 맞힐 수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왜 그런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이 차곡차곡 다져지기보다 얕은 이해로 넓게 퍼지며, 단단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고등교육 과정에 들어가면서 높아지는 난이도와 깊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속도가 빠른 만큼, 구멍도 빠르게 지나쳐 버립니다. 어느 순간, 그런 구멍들이 모여 커다란 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습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닫습니다. '나는 기초가 부족했구나.'
반면, 천천히 배우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느립니다. 한 문제를 푸는 데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동일한 개념을 여러 번 반복해야 겨우 이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단단한 뿌리를 내립니다. 느리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헛되지 않습니다. 익힌 개념은 확실히 자기 것이 되고, 다음 단계를 배울 때도 앞에서 배운 것이 확실한 기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이제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을 때, 그동안 쌓아온 기초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들은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의 속도로 배우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다려 준다면, 그 아이들은 단단한 토대 위에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갑니다.
이러한 관점은 학습 속도와 성과에 대한 연구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심층 학습(deep learning)'과 '표면 학습(surface learning)'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심층 학습자는 정보를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 데 중점을 두며, 이는 느린 학습 과정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입니다. 반면, 표면 학습자는 빠르게 정보를 암기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천천히 그러나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빨리 피는 꽃에 열광합니다. 남들보다 먼저 꽃을 피우면 '우수하다', '앞서간다'고 칭찬하지만, 사실 모든 꽃이 같은 속도로 피어나지는 않습니다. 어떤 꽃은 봄이 오자마자 피어나지만, 어떤 꽃은 네 계절을 차곡차곡 견디고 나서야 피어납니다. 그리고 그 꽃이 피었을 때, 그 어떤 꽃보다 더 단단하고, 더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빨리 피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다림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교육은 너무 성급하게 꽃을 피우려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빠른 성취, 빠른 결과, 빠른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아이들이 진정한 힘을 기를 시간을 주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천천히 피는 꽃이 더 단단하고,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교육이란, 그 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교육자로서, 우리는 어떤 꽃을 바라보고,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빠른 속도로 피어나고 사라지는 꽃이 아니라, 네 계절을 견디며 단단하게 피어나는 꽃을 기다려 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요? � 당신이 바라보는 꽃은, 어떤 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