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데리고 택시를 탔다.
신호가 짧은 육거리에서 꼬리물기에 실패한 앞 차가 급정거를 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탑승한 택시가 잇따라 급정거를 하게 됐다. 나는 안고 있던 두 돌도 안 되는 아이를 놓칠 뻔 한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평일 시간 활용이 어려운 워킹맘이다. 주말을 맞아 소아과에 가던 길에 칭얼대는 아이를 안아주고 있었다. 평소처럼 아이를 앉혀 벨트를 해주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옆에 있는 큰 아이를 살피던 때였다.
에라 이 새끼야. 그럴거면 운전을 왜 하냐?
시발 이 신호면 갔어야지. 너 때문에 나도 못 갔잖아
기사님이 갑자기 앞 차를 향해 육두문자를 날리셨다. 혼자 운전하던 중이었다면 춤을 추든 욕을 하든 누가 뭐라 할까. 그런데 승객의 안전을 살피거나 사과를 하는 대신 분노 섞인 욕설이라니... 아이들을 태웠다는 건 잊으셨던 걸까. N연차 이상 운전 경력 속에 안전거리 확보라는 기본을 잊으셨을까.
가슴이 벌렁거렸다. 나에게 욕을 한 것도 아닌데, 기분이 잔뜩 나빠졌다.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 흔히 외부 요인을 확대하곤 한다. 자기 책임 회피에 외부 귀인...
“나라면 어땠을까? “
이런 위기의 순간에 비로소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가 드러난다. 나를 포함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찰나에 나도 모르게 마주하는 자신의 민낯에 놀랄 수 있을 것이다.
추구하는 가치는 마음에만 품는다고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실행과 반복으로 내 몸에 가두고 간직하는 것이다.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말하기,
남 탓하지 않기,
나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기,
망했다, 안된다, 어렵다를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
내 몸이 기억해줬음 하는 나의 가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