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와 저기를 가로지르는 선의 경계. 그 위에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나는 아무도 아니다. 맡겨지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이 존재를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노력한 것은 어느새 당연한 것이 되고, 애썼던 것도 어느 순간 남들 다하는 것이 된다. 그런 시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작아져만 갔다.
하루는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온 것처럼 한없이 작아졌다. 작아지는 몸을 어쩌지 못해 바닥에 붙어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었더니, 개미마저도 거대해져 버린 세상 속에서 고작 먼지 한 톨짜리의 내가 남은 게 보였다.
그래서 쓰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먼지 한 톨짜리의 나를 지켜내고 싶었다. 다시 나답게 돌아가고 싶었다. 가슴 속에 쌓여 화석이 된 돌멩이들을 하나씩 꺼내어 던져버리자 조금은 몸이 가벼워졌다.
나는 고작 먼지 한 톨 짜리지만 무거운 돌을 덜어내고 이제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을 날아가보려고 한다. 부디 그 여정에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해 본다.
#펄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