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고3 교실. 조용히 워크맨에 이어폰을 연결한 후 양쪽 귀에 끼웠다. 저녁 시간에 밥 먹으러 집에 다녀오는 대신, 앨범을 파는 가게에 들러 새로 나온 테이프를 두어 개 샀다. 그중 하나를 워크맨에 꽂아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낯설지만 잔잔한 전주가 흘렀고 가수의 미성이 귀를 타고 흘렀다. 노래를 듣는 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왜 눈물이 나는지도 몰랐는데 4분 43초 동안 노래가 진행되면서 점점 참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이 터져 올랐다. 조용한 야간자습시간 나는 끅끅거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친구들은 울고 있는 내게 놀라서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힘들어?” 나는 대답했다. “이 노래가 너무 슬퍼...” 내 말에 친구들은 “아유 깜짝이야. 너 죽는다 진짜.” 라며 짐짓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였다.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이 노래를 다시 한번 들으려고 리와인드 버튼을 눌렀다.
테이프가 감겨서 처음으로 돌아가고 다시 노래가 재생되었다. 어김없이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체 내가 왜 울고 있는 건지 나조차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막 발매된 일기예보 4집의 고백이라는 제목의 노래였다. 제목 뒤에 ‘부모님께’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어린 시절 나에게 당신은 큰 산이죠. / 아무리 올라봐도 그 끝은 없었죠. / 항상 난 힘이 들면 그 산을 향했지만 / 당신의 말 못 할 외로움들에 눈물도 흘렸죠. / 내가 점점 자라는 건지 당신이 작아지는 건지 / 언제나 내 모든 걸 지켜주는 커다란 산이 돼 주세요. / 당신은 늘 나에게 세상을 가르치죠 / 영원히 당신만의 푸르름을 기억할게요.
항상 나를 보아온 하늘이 있었죠. / 어디서 무얼 해도 그 하늘 아래죠. / 당신은 말이 없이 많은 걸 말했지만 / 감추어 흘리신 눈물의 뜻을 알 수 없었죠 / 내가 너무 차가운 건지 당신이 너무 여린 건지 / 언제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밝히는 하늘이 되세요 / 당신은 늘 나에게 사랑을 가르치죠. / 영원히 당신만의 따듯함을 난 기억 할게요. / 가끔씩 당신도 힘이 들 때면 내게 기대세요.”
딱히 일기예보라는 그룹의 팬도 아니었을뿐더러 그 앨범에는 좋아 좋아, 잘해 봐 등의 신나는 노래가 잔뜩 들어있었는데 내가 왜 하필 그날 이 노래에 꽂혀 눈물까지 흘리게 되었었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가끔 부모님이 생각날 때 함께 생각나는 노래가 되었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워낙 노래를 좋아해서 수많은 노래를 들으며 자라왔다.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라디오와 함께 보낸 라디오 키즈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노래를 접할 수 있었다. 내 세대와는 많이 먼 족히 30년 위의 정태춘 박은옥 님의 노래부터 내 세대보다 30년 후의 노래인 아이브나 뉴진스까지 무려 60년을 아우르며 골고루 음악을 듣는 편이다.
특히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를 들을 때는 한참이나 가사를 곱씹어 보고는 한다. 아마 그때 이 노래가 고3이던 나의 심금을 심하게 울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여담으로 고3 때 많이 듣고 응원을 받았던 노래를 소개해 보자면, 임재범의 ‘비상’,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신해철과 전람회가 함께 부른 ‘세상의 문 앞에서’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좋은 음악과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인생에게 있어서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라고 하겠는가. 때로 지치고 힘들 때는 위로를 주는 노래를 듣고, 힘내서 일해야 할 때는 노동요를 듣고,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는 상큼한 음악을 들으며 매일 힘내서 살아갈 수 있다. 음악이란 결국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내게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다. Music is my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