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적인가 사기인가

더 원더

by Pearl K

*넷플릭스 <더 원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은 주의하여 읽어주세요.

*주연을 맡은 플로렌스 퓨 배우는 블랙위도우의 동생 역으로 마블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입니다.


4개월 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가는 소녀 애나가 있다. 소녀의 상황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적으로 여겨지고, 위원회는 진실을 조사하기 위해 잉글랜드에서 간호사 라이트 부인(플로렌스 퓨)을 초빙한다.

그렇게 위원회의 위촉에 따라 간호사 라이트 부인과 수녀 1명이 8시간씩 번갈아 가며 2주 동안 아이를 관찰하기로 한다. 애나의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그녀. 하지만 4개월이나 안 먹었다기엔 너무도 건강한 아이. 문진도 진행해 보지만 애나는 하늘에서 오는 만나 외에는 먹은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사실 애나와 가족은 얼마 전 하나뿐이던 오빠와 아들을 잃었다. 유난히 신앙심이 깊고 신실해 보이는 애나와 가족들은 아침저녁으로 함께 예배하며 사랑의 키스를 나눈다. 간호사 라이트 부인은 제대로 된 관찰을 위한 마지막 조치로 가족들의 접근까지도 모두 차단한다. 그 후 며칠 만에 애나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애나와 신뢰를 쌓아가던 라이트 부인은 드디어 충격적이고 끔찍한 진실을 듣게 된다. 날이 갈수록 급격하게 악화되어 가는 애나의 상태에 라이트 부인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한다.

마을에 나타난 거룩한 기적을 지속하기 위해 그녀의 요청을 끝까지 거절하는 위원회. 심지어 관찰이 당신의 임무이니 함부로 개입하지도 임의로 판단하지도 말라고 한다. 결국 라이트 부인은 애나가 죽는 순간까지 아이를 돌보겠다고 맹세한 후 돌아간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애나. 라이트 부인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릴 것인가.


엠마 도노휴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플로렌스 퓨 주연의 영화 <더 원더>는 잘못된 믿음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사실임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의 증거만 인정하여 기적을 조작하려는 위원회의 위원들은 자신들의 신념으로 한 소녀의 죽음을 방관하는 무지몽매한 맹신자일 뿐이었다.


이틀 전 또 그 사건이 일어났다. 부모에 의한 자녀 살해 사건. 가족동반자살을 시도하며 부모는 아이들을 먼저 재웠다. 그렇게 청소년인 자녀 둘은 살해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는 살아남았다. 이 사건은 더 원더의 내용을 생각나게 하였고, 현재에도 일어나는 실화라는 것과 맞물려 내게 또다시 충격을 주었다.


4개월이 넘게 식사를 하지 않고 살아있는 기적의 소녀로 시작된 신화는 사실이 아니었다. 진짜 사실은 문제의 본질을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외면한 가족들과 어른들에 의해 아무 죄도 없는 어린 소녀가 강제로 생명을 빼앗겨 가는 끔찍한 이야기였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부모나 어른들의 뜻대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일들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도 자신만의 인격을 가진 한 사람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한 생명이고,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모와 어른들이 무엇보다 먼저 이 사실을 배우고 아이들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이 작품이 남긴 씁쓸한 뒷맛이 현실에서는 다시 반복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