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lve 열둘. 초록
사진작가 차경 작가님과 데보라 작가님의 글이 만난 열두 달의 포토캘린더
캘린더라기엔 너무 멋진 사진전을 보는 것 같은 이 작품의 판매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진작 구입했었다. 받고 나서 구멍도 없고, 어떻게 걸어야 할 지도 난감해서 망설이고 있던 찰나에 차경 작가님이 올려주신 리뷰들을 보고 그제야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
방법은 알았는데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바쁜 학년말에 마무리되지 못한 도서폐기까지 체력이 한없이 바닥났다. 28,000권의 책을 장서점검하고 그 결과 재작년엔 6,500권, 작년엔 6,700권을 폐기했다. 2년 연속으로 13,000권이나 되는 책들을 폐기작업까지 진행하느라 온몸에 골병이 들어버렸나 보다.
그래서였는지 학기를 마치자마자 꼬박 2주 동안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것처럼 겨울잠을 잤다. 하루의 18시간을 수면으로 채웠고, 그나마 깨어있는 6시간 동안에도 반쯤은 가수면 상태로 머리가 멍하고 몽롱했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것만으로도 한 달은 순식간에 흘렀다. 화장대 옆에 세워두고 볼 때마다 정리를 해봐야지 했는데 계속 미루기만 하다가 겨우 정리해 볼 마음이 생겼다.
꾸미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3년 전, 이 집에 이사 올 때 포인트 벽지를 한 군데는 꼭 하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된 장소는 안방, 내가 좋아하는 민트색 벽지로 안방에 포인트를 주었더랬다. 민트 톤의 안방이 생기니 침대 협탁과 인바디 체중계, 귀이개 같은 작은 소품 케이스까지도 모두 민트색으로 도배되었다. 하다못해 사무실 키보드와 마우스, 키보드 매트와 마우스 패드까지 전부 민트, 올리브 그린, 다크그린 컬러로 장만해 두었다. 초록 계열이라면 무슨 색이든 좋아하는 나에게 초록 포토캘린더라니. 역시 가장 잘 어울리는 위치는 안방 벽면이 아닐까.
대략적인 위치를 잡았으니 이제 캘린더 배치를 고민해 보자. 각 달별로 1장씩 총 12장의 포토캘린더와 앞표지, 뒤표지까지 합쳐서 총 14장이다. 각 달의 사진 방향이 가로인지 세로인지 확인 후 조심스럽게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이왕이면 시간이 가는 것처럼 각 월력이 한해 동안 순환하여 시계방향으로 돌아 다시 원점 1월로 돌아오도록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1월부터 배치를 시작해서 1월부터 4월까지는 왼쪽 윗부분에, 5월부터 8월은 오른쪽 위, 9월부터 11월은 오른쪽 아래, 12월은 왼쪽 아래에 배치해 3월과 마주하도록 했다.
각 월별 사진 사이에 생기는 작은 틈에는 오래전 사두었던 흰 수염고래 스티커를 붙였다. 틈새에 흰 수염고래 스티커를 붙이니 마치 고래가 숲과 바다 사이를 자유로이 헤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1월 옆에 앞표지를 붙이고, 12월과 3월이 만나는 중간 지점에 뒤표지를 붙이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멀리서 한눈에 보이는 모습을 확인해 보니 지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쉼의 호흡이 되어주고, 활기찬 새 아침의 기분 좋은 상쾌함을 더해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나만의 전용 사진 갤러리, 초록숲으로 가득한 아트월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참 좋다. 아트월이 뭐 별 건가. 예술이 있고 그 예술작품울 걸어둘 벽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내게는 작은 예술의 쉼터, 초록숲 같은 공간이 되어준 나만의 아트월. 덕분에 오늘 밤에는 초록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