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 珍喜

내 인생 최고의 고양이에게

by 권진주

2020년 가을




목적을 잃은 배는 어딘지 모를 바다를 떠돌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도착지도, 나아갈 길도 영영 잃었다. 영롱한 빛을 내뿜으며 내 정신을 인도했던 북극성이 아스라이 스러져 때마침 백골로 부서지는 장면을. 온 마음에 담았다. 상실을 겪은 나의 배는 점차 시들어갔다. 도색이 벗겨지고, 물이 줄줄 새고, 녹이 슬었다. 그래도 바다로 나가는 걸 포기할 순 없었다.

너는 바다처럼 나를 온몸으로 사랑했으니까. 네 두 눈 속에는 언제나 내가 서 있었다. 백골이 다시 굳어져 뼈가 되고, 그 위에 살이 붙고, 말랑한 촉감과 부드럽고 윤이 나는 보송한 새 털이 돋고, 초록빛 눈동자가 온전히 나를 담으면, 나는 그 안에 비친 내 눈동자에서 너의 모습을 찾는다. 네가 나를 부르면, 나는 웃으며 너에게 손을 내민다. 너는 건강하게 뛰어다니며 나를 쫓는다. 그 반짝반짝 빛나던 작년의 한 순간을. 나는 애타게 찾고 있다.

온갖 원색을 가져다 둬도 눈에 차지 않는다. 스스로 울며 토해내는 진득하도록 새빨간 핏물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곧이어 따라붙는 색은 초록색이 아니다. 하얗고 부드러운 노란빛이 성큼 다가온다. 너는 금방이라도 내게 다가와 내 마음을 보듬어줄 것 같은데. 너는 오지 않는다. 네가 아직도 시선 끝에서 아른거린다. 그 거리가. 그래서 더 슬프다.

텅 빈 밤하늘을 홀로 올려다본다. 내 하늘에는 더 이상 별이 뜨지 않는다. 거무튀튀한 도화지에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물감을 쏟아붓는다. 그럼 캄캄한 어둠과 대비되는 네 밝음이 더 선명해진다. 속에서 울컥하며 무언가가 올라온다. 차디찬 어둠을 뚫고 눈앞에 네가 나타난다. 너는 내 마음을 아는 듯 볼을 느리게 쓰다듬어 내린다. 축축한 발자국에 내 얼굴에는 물길이 남는다. 그렇지만 너는 없다.

내 눈동자는 담아낼 별의 빛깔을 놓쳐 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시선 끝에 얼룩질 네가 잘 보이는 검은색 벽지를 새로 칠했다. 눈을 감자 혓바닥 끝에서 짠맛이 났다. 내 배는 결국 바다에 닿았구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 근처에 너를 똑 닮은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진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