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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독수리 Nov 01. 2020

Istanbul-1. 이스탄불, 도착과 시작

<이스탄불 공항>

1-1. 도착과 시작


갑작스러운 기내방송이 흘렀다. 곧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였다. 고요했던 기내 분위기가 들썩이는 것 같다.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비행기의 작은 창밖 풍경에 눈을 돌렸다. 비행기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회전을 시도했다. 그 바람에 창문으로 들어온 늦은 오후 햇살에 다들 눈이 부셔 인상을 찡그린다. 모두들 자신이 내릴 곳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가득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이스탄불 공항>에 무사히 도착을 했다.

이스탄불 공항의 저녁 햇살

<이스탄불 공항(İstanbul Havalimanı)>은 이스탄불 시내에서 35km 떨어져서, 흑해와 근접한 곳에 새로 문을 연 국제공항이다. 기존에 있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이 포화상태였지만 공항 부지가 대도심권이어서 확장하기 어려워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만든 공항이다. 2018년 10월에 처음 개통해서 2019년 4월 6일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의 모든 운항을 이곳으로 옮겨졌다.

세계적 규모로 건설되었다는 이 공항은 내가 도착한 지금도 계속 공사 중이었다. 특히 공항 주변의 공사가 덜 이루어졌는지 공항 안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삭막했다. 새로 지어져서 그런지 깨끗했지만 공항 내부의 인테리어는 다른 여느 공항과 비슷했다. 그래서 여행객들이라면 의례히 기대하는 이국(異國)의 이미지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공항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이스탄불로 갈 공항버스를 타고자 이동하면서 체험할 수 있었다. 한참을 걸어 겨우 짐을 찾은 후, 다시 이동하는 게 지칠 때쯤 공항 밖으로 나오는 현관이 보였다. 물론 거대한 공항 규모만큼 여러 현관 입구가 있었는데, 각 입구마다 검문검색이 철저했다. 사뭇 다른 모습에 비로소 타지에 온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현관 입구를 나와 공항버스정류소를 찾아 나선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공항 도로 어느 곳에도 버스가 보이지 않았고, 정류소도 없었다. 마침 순찰하고 있는 공항경찰이 있기에 물어보니 지하로 내려가라고 한다. 그러면서 엘리베이터를 알려주었다. 그곳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 보니 왜 아까 그곳에 버스 정류소가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공항버스 정류장은 지하인 이곳에 다 모여 있었다. 여기에서 이스탄불을 포함해 각 방면으로 가는 공항버스들이 출발하는 것이다. <탁심 광장> 방면으로 가는 "14번 정류소"를 찾았다. 운 좋게도 바로 눈앞에 정류소가 있었고, 또 마침 공항버스도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오르기 전 메고 있던 배낭을 짐칸에 넣으려는데, 짐을 받아주는 아저씨가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하니, '주몽!'이라 말하며 엄지를 척 내밀어 씨익 웃는다. 나도 고맙다고 엄지척해 주었다. 한류의 영향력을 다시금 실감한다. 드라마 <주몽>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어 실감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그래도 <주몽>은 꽤 오래된 드라마인데 아직도 인기가 있다니 놀랍다. 주몽은 고구려만 세운 게 아니었다. 오늘날 한국을 널리 알리고도 있다.


공항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향하는 길은 불모지 위에 난 고속도로였다. 예전 인천공항이 처음 생기고 공항도로가 뚫려 차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와 비슷했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에 세워진 공항이다. 물론 이곳도 시간이 지나면 개발되어 이 불모지도 다 채워지겠지만 말이다.

지평선에 걸린 햇살이 오늘의 마지막 인사를 하며 장렬히 가라앉고 있었다. 석양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것 같다. 타국에 도착해 맞이하는 저녁에 여행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들기 시작할 무렵 무심결에 창밖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태양이 가라앉은 반대편에서 밝은 보름달이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거대한 슈퍼문(supermoon)이었다. 잠시 들었던 걱정도 싹 가시게 하는 정말 예쁜 달이었다. 왠지 이 여행을 응원해 주는 것만 같다.


커다란 배낭을 멘 배낭족에 걷기 여행자인 나는 이제 이곳 터키를 한 달 조금 넘게 여행할 예정*이다. 늘 책으로만 보고 머릿속에서 상상만 했던 역사의 공간 터키다. 나에게 허락된 날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이곳을 보고 느끼고 배우고자 한다. 부디 터키여, 나의 방문을 환영하소서.


어느새 이스탄불 시내로 들어온 버스는 엄청난 교통량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탁심 광장(Taksim Meydanı)> 근처의 <포인트 호텔 탁심(Point Hotel Taksim)> 옆 공항버스 정류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짐을 찾고 정류소를 나와 처음 맡는 이스탄불의 공기를 마셨다. 예전에 인도의 델리에서 맡았던 공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공기 맛이 났다. 잠시 이곳을 느끼려 멈춰 섰지만, 때마침 퇴근길과 겹쳤는지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와 어디서든 울리는 경적소리와 헤드라이트 불빛에 갑자기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무래도 이스탄불을 느끼기에는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무질서한 곳을 빠져나와 숙소를 향해 걷는 것으로 이스탄불의 여행을 시작했다.


(* 나의 터키 여행 이야기는 2019년 12월에서 2020년 1월까지였다. 다녀오니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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