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치료는 금물, 꼭 필요한 경우에는 소아내분비 의사와 상의 후에!
8세 7개월 여아입니다.
가슴 부분이 스치면 아프다는 소견으로 내원했고, 겨드랑이에 털이 3~4가닥 정도 나오고, 정수리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치아도 만 5세 정도에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빠진 편이어서, 소아 치과에서 소아 내분비 성조숙증 클리닉 진료를 권고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키 174cm, 어머니 키 160cm, 초경은 중2 때 하셨습니다.
부모님 키를 통한 단순 유전 예측 키는 160.5cm입니다.
아이 현재 키는 126cm로 22 percentile (100명 중 22번째).
몸무게는 22kg 정도로, 몸무게는 5 percentile (100명 중 5번째)입니다.
평소 입이 짧아서 잘 안 먹고, 과자나 도넛 등 단 음식을 좋아하며, 고기나 단백질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뼈나이 10세 4개월로 실제 나이보다 1년 9개월 빠릅니다.
기본검사에서는 LH 0.2 미만이었으나
정밀검사에서 LH peak 24.88, E2 5.1로 사춘기 시작, 성조숙증으로 밝혀졌습니다.
예측성인키 149~151cm이고,
초경은 2년 ~ 2년 반 이내로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설명드렸습니다.
건강보험 기준에 해당하므로, 급여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성조숙증 억제 치료 (사춘기를 늦추는 주사)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조숙증 주사 치료로 사춘기를 늦추더라도, 예측 성인키가 너무 작습니다.
보통 최종 성인 여자 키 153cm, 성인 남자 키 165cm 미만일 때 병적 저신장이라고 하는데,
환아는 치료 전인 현재 예측 성인키가 150~152cm 정도이고,
성조숙증 치료로 사춘기를 늦춰도 예측 성인 키가 154~156cm입니다.
또한 이처럼 비만하지 않고 마른 아이인데 성조숙증이 있는 경우, 사춘기를 늦추는 것 만으로 키가 반드시 원하는 대로 따라가 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성조숙증 주사는 한 달에 한번, 또는 3달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지만,
성장호르몬 주사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해서 상대적으로 치료가 더 힘들고, (요즘은 일주일 제형도 있습니다만)
가격 또한 성조숙증 주사보다 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환아 본인과 보호자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고, 원하는 키, 본인의 의지 등 의견을 물어봅니다.
환아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성조숙증 급여 치료와 함께 성장호르몬 비급여 치료를 병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목표는 최대한 160cm 가까이 가보자!라고 파이팅 하며 같이 응원하고
밥도 더 잘 먹고 일찍 자겠다고 진료실에서 저랑 손가락 걸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났습니다.
환아는 이제 10세 6개월,
치료 시작하고 정확히 2년이 지났습니다.
일반적인 성장곡선을 뚫고 올라가는 기울기가 보이시나요?
키 50등, 몸무게 27등으로 이전보다 확연하게 percentile이 올라갔고,
뼈나이는 11세 정도로 잘 억제되고 있었습니다.
뼈나이 진행은 잘 억제시키면서, 성장 속도는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예측 성인 키는 159cm이고, 앞으로 1년 정도 급여 성조숙증 치료와 비급여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다가,
급여 성조숙증 치료가 끝나는 내년 이맘때쯤, 비급여 성장호르몬 치료 또한 그만할지 아니면 조금 더 유지할지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환아와 보호자 둘 다 너무나 만족하고, 연신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주사도 잘 맞고,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된, 그 어렵다는 생활습관을 바꾼 아이에게 더 고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비급여 치료는 무분별하게 권고하면 독입니다.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하고 무조건 성장호르몬 치료를 권해서는 안됩니다.
두 주사제를 병행할만한 충분한 조건이 되었을 때, 환아 본인과 보호자의 의지가 있을 때 권고해야 합니다.
또한 두 주사제의 부작용을 잘 알고, 경과를 보며 용량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소아 내분비 분과를 세부 전공한 의사에게 진료를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