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인문학> 김민철
오늘은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여러 현상에서 인문학을 발견하게 되는 책을 한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저자소개에 적어 놓았습니다. 전북에서 태어나 두살 때 상경하였고, 고교 때 강압적인 학교 분위기에 반발하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50대를 맞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학했었고
대학입시에서 운좋게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전도 유망한 인기과를 가라는 주변의 권유를 물리치고 서울대 철학과를 진학하였다 합니다.
범상치 않은 저자는 “철학, 땅으로 내려오다”, “포르노를 허하라”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대, 경기대, 명지대에서 강의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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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
나는 흔히 별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학문인 인문학, 그중에서도 쓸모없음의 정점에 있는 철학을 공부했다. 10여 년전부터 이공계의 위기가 회자되지만, 인문학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부잣집 도련님의 반찬 투정에 불과하다. 인문학의 경우, 전공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과 자체가 없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호사가들의 지적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사실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인문학은 문학과 사학, 철학 세 분야로 나뉘는데, 문학인들은 그냥 ‘몽상’에 빠져 있고, 철학자들은 그냥 넘겨도 좋을 것들을 따져 물으며, 역사학자들은 과거 지향적인 듯하다. 인문학자들은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한 공상적 이상주의자들인 것이다.
그러나 <장자>에 나오는 옛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명한 목수와 제자들이 길을 가다가 엄청나게 큰 나무를 발견했다. 제자들이 그 웅대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 목수가 말했다. ‘가자! 쓸모없는 나무다. 아무 쓸모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클 때까지 베이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꿈에 나무의 정령이 나타나 말했다. ‘네가 커다란 쓸모를 알기나 하는가? 나는 쓸모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쓸모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인문학은 겉보기에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당위를 추구하는 인문학은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가치를 발휘한다. <해저 2만리>라는 , 당시로서는 황당한 소설이 있었기에 현대의 잠수함 개발이 가능했다. 철학자들의 따져 묻기가 있기에 독재와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가능했다. 독재자들이 인문학자들을 경계하고 탄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적정한 목표 설정과 원리에 대한 따져묻기, 그리고 타인뿐 아니라 스스로와도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대에 와서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인문학적 인프라의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절감한다. 과학자들이 독창적인 이론을 정립해도 제대로 전달한 글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논리력이 부족한 정치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 실현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현실이 바로 쓸모없는 것의 쓸모 있음을 보여주는 반례인 것이다.
◉ 무아지경의 연습이 주는 미덕
고대의 현인들은 일견 모순되는 발언을 하곤 했다. 공자는 “공손하되 아첨하지 말고, 신중하되 나약해서는 안 되며, 강직하되 각박하지 말아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또한 “무모함과 나약함의 균형을 잡아야 용기라는 중용의 덕을 갖추게 되고, 방탕함과 인색함의 균형을 잡아야 타인에게 진정으로 후하게 대하는 중용의 미덕에 이르게 된다." 고 말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은 사실 무척이나 힘든 것이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사람에게나 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현들은 그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중용은 그림의 떡과 같은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용의 미덕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연히 시청한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박정현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래, 저거였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떻게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래야지 커다란 무대에서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도 해낼 수 있거든요.“라고 대답했다. 중용의 미덕을 성취하는 방법은 끊임없는 훈련과 연습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알게 된 것이다.
시험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학생들이 “긴장 때문에 실력 발휘를 못 했어요.”라고 말하면 나는 “그것이 실력이다. 누군들 긴장이 안 되겠니? 조건은 다 똑같아. 시험에서 긴장하지 않는 방법은 평소에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월등한 실력을 갖추는 것뿐이야.“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가 중용의 덕을 성취하여 결정적 시기를 하나하나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와 신중한 태도를 동반한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이 그러한 미덕을 성취해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인내심과 노력 부족 때문이다.
프로 격투가와 아무추어가 경기를 하면 아마추어는 어깨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나머지 몸의 균형을 잃는 반면, 프로들은 가볍게 치는 듯하면서도 커다란 충격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로골퍼들 또한 전혀 힘들이지 않는 스윙으로 엄청난 비거리를 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그러한 동작은 정말 오랜 기간의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펀치를 맞고 실신한 상태에서도 다음 기술을 취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감동적인 중용의 미덕을 발견하곤 한다. 그들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면서도, 무수한 연습을 통해 무의식 상태에서도 그 동작을 해낼 수 있을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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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이한 이력의 작가의 글을 소개하였습니다.
생활 속에서 저자는 얼마든지 인문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장자의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비유를 인문학에 하고 있습니다. 철학자들의 따져 묻기가 있었기에 독재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 가능하다고 하고, 독창적인 발견을 한 과학자도 제대로 된 글쓰기와 말하기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가수 박정현의 인터뷰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는데, 가장 이루기 힘든 중용의 미덕은 끊임 없는 훈련과 연습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프로 골퍼의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스윙은 엄청난 비거리를 냅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과감함과 소심함, 강직하되 부드러운, 과소비와 절제 등 중용의 미덕이 필요한 곳에서도 반드시 오랜 기간의 고민과 마음 다스림이 필수적이라 생각이 됩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곧게 잘 자란 나무는 건축 재료로 쓸모가 많아 금방 잘려 나가고 굽은 나무가 결국 선산을 지키고 고향을 지킨다는 말입니다. 너무 잘났다고 잘난게 아니며 남이 보기에 조금 모자라도 모자란 것이 아닌 것이지요.
이런 진리를 2500년 전 장자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더운 하루 힘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