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인문학> 조승연
강 일 송
오늘은 지난번 먼저 언급한 적이 있는 <비즈니스 인문학>의 전편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언어천재라 불릴 정도로 여러 언어에 정통한 저자는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가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며, 지금은 아랍어, 한문, 중국어 공부
에 매진하고 있다합니다.
단어의 유래속에서 맹수들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려던 원시인들의 고민부터, 기원전
에 이미 문명의 꽃을 피웠던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 학생들의 잡담, 대로마 제국의
그늘에 가려져 허름한 뒷골목 할머니들의 눈물, 태평양을 누비던 고래잡이들의
모험담, 남태평양 외진 섬 왕들의 삶의 모습까지 만나볼 수 있다고 합니다.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려 보겠습니다.
--------------------------------------------------------
◉ 진짜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아마추어
향수 이름이기도 한 “j'adore"는 신에게 성스러운 마음을 담은 제물을 바치듯 사랑
하는 여인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맹세에서 나온 말이다.
중년남성들 중에 산악자전거나 스킨스쿠버 등 취미생활에 시간과 정성을 다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 부인들은 혀를 끌끌 차며 “자전거가 애인이야, 애인” 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데, 그들이 무심결에 내뱉은 이 말은 말 그대로 진리다.
프로가 아니면서 운동이나 예술활동에 빠진 사람을 뜻하는 ‘amateur' 라는 단어가
원래 ‘애인’을 뜻했기 때문이다.
amateur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에서 나왔다.
아모르는 금화살과 납화살을 가진 어린 궁수였다. 그가 쏜 금화살에 맞으면 눈앞에
있는 사람과 무조건 사랑에 빠지고, 납화살을 맞으면 눈앞의 사람에게서 무조건 도망
치게 된다.
어쨌든 amor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고 여기서 나온 amateur는 ‘애인’을 뜻하는 단어
였다. 그러다 나중에 미술작품을 애인처럼 사랑한다고 해서 미술이나 음악 애호가들을
아마추어라고 부르다가 이것이 스포츠나 취미생활까지 확장돼 쓰이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는데, 실력이 모자라거나 말귀를 얼른 못 알아듣는
사람에게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이라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마추어는 프로에 비해
실력이 모자란 것도 사실이다.
테니스에서 점수를 계산할 때 0점을 ‘love'라고 하는 이유는 0점으로 지고 있는 사람은
이기든 지든 상관하지 않고 단지 테니스를 사랑하는 마음 자체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아마추어는 0점을 받아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즉, 영어를 만든 민족은 “즐기는 사람도 돈 받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진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 영어에서 가장 잔인한 표현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떠나 현지 원주민들을 수백만 명씩 죽였던
지독한 조상을 둔 유럽인들은 사람을 너무 가까이 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공격을 뜻하는 ‘attack'이라는 단어만 봐도 그들의 이런 정서를 알 수 있는데,
‘attack'은 ’~쪽으로(ad)'와 ‘붙다(stakon)'가 합쳐져서 생긴 말로 ’두 사람이 붙어
있으면 싸운다‘ 라는 의미가 있다. 또 폭행하다라는 뜻인 ’aggress'는 ‘~쪽으로(ad)'
와 걷다(grade)'가 합쳐진 단어다. 이 단어는 원래 ‘다가오다’를 뜻했는데 사람이 다가
오면 폭행을 저지른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평소에도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게
가르쳐 칼부림을 예방했는데 이것이 서양매너의 기본이다.
한마디로 서양의 매너란 여유있는 신사들의 예의범절이 아니라 칼 맞기 싫어 몸을 사리
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 “Thank you"에서 ‘thank'는 원래 ’생각하다‘를 뜻하는 ’think'
의 한 형태였다. ‘Thank you'는 ’네가 해준 일을 꼭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겠다.‘
한마디로 ‘언젠가는 갚겠다’는 말이다.
가장 흔하게 하는 답변이 ‘You're welcome' 이다. ’welcome'은 원래 ‘well+come'
즉 ‘잘 왔다’란 뜻이다. 보통은 가족이나 친한 손님이 왔을 때 쓰이던 말인데,
‘내가 너를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해 준 일이니 빚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라’는 뉘앙스
를 가지고 있다.
또 'My pleasure'라고 대답하면 ‘내가 좋아서 한 일이니 빚은 아니다’ 라는 의미가
되고 ‘it's nothing'이라고 대답하면 ’별일 아니니까 빚을 0으로 봐도 좋다‘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17세기 이후에 서양사회가 얼마나 살벌했는지는 ‘Excuse me'라는 표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버스 안에서 누군가와 살짝 부딪히거나 실수로 발을
밟으면 ‘Excuse me'라고 정중하게 사과한다.
이 말의 원래 뜻은 ‘제발 고발하지 마세요’이다. ‘ex'는 ’`에서 빼다‘란 뜻이고
‘cuse'는 ’고발하다‘인데 ’이유‘ ’원인‘이라는 뜻의 ’cause'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는 길에서 돈많은 사람과 잘못 부딪히면 고의로 밀쳐 싸움을
걸거나 모욕을 주려 했다며 법정에서 고발당해 벌금형이나 심한 경우에는 사형선고
를 받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Excuse me'는 ‘제발 법적인 조치에서 빼 주세요!’
라는 뜻이었다.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으니 고발하지 말아달라고 빌던 데서 유래했다.
서양사람들은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사소한 부탁을 할 때 ‘please'란 말을 사용한다.
이것은 “if you please'였는데, ‘당신이 기분이 내켜서 해줄수 있다면 해달라’는 말이다.
절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 나중에 빚 받으러 오지 말라는 선제 공격이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상대편을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 유럽은 우리 눈에는 정말 피곤한
사회로 보인다. 17세기부터 서양사회에는 이렇게 매정한 표현이 더욱 많아졌는데
그중 영국의 한 교수가 내놓은 설명이 아주 흥미롭다.
이 교수는 유럽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평등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많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어느 문화권이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챙겨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이 자식을 교육시켰다고 해서 나중에 자식이 교육비를 한 푼씩 계산
해서 갚은 사회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선배, 후배, 형, 누나, 언니, 동생처럼 상하서열이 분명한 사회에는
이렇게 딱 떨어진 계산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힘들 때 윗사람을 찾아가서 별 죄책감 없이 밥을 얻어 먹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낮은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등한 위치의 사람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동창끼리는 친구가 먼저 밥을 산 뒤
다음에는 보통 내가 산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발달한 곳일수록 ‘thank you' 'please'
'Excuse me'같이 예의 바르지만 정이 없는 표현을 많이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등한 사람끼리 정을 나누는 일이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과 정을 나누는 일보다 힘들다
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우리 조상들께서 상하 서열을 분명히 정하고 지켜온 이유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끈끈한 정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계셔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서양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공격을 일삼는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고 “매너(manner)'라
는 것을 만들었다. manner는 ‘손’을 뜻하는 ‘manus'에서 나온 말인데, ’자기자신을
손에 쥐다‘ 즉 남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스스로를 꼭 붙들어 긴장을
풀지 않는다는 뜻이다.
------------------------------------------------------------------
오늘은 조승연 저자의 <비즈니스 인문학>에 이어 그 전작인 <이야기 인문학> 내용 중
흥미로운 2가지 주제를 정리해봤습니다.
영어 단어의 뿌리를 찾아보면서 그 기원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그 사회의 문화를
알게 되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고 뉴욕대와 프랑스 에꼴 드 루브르 등 여러 나라를
섭렵한 저자는 여러 언어에 흥미를 붙여서 어학에 대해서 달인이 된 사람입니다.
진짜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인 아마추어에 대한 이야기에서 “즐기는 사람은 돈
받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말이 의미심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프로의식을
가진 사람을 아마추어가 이길 수 없다는 말이지만, 저는 좀 더 다르게 생각을 해
보았는데, 프로는 그 일을 즐길기가 쉽지 않지만 아마추어는 즐길 수가 있다라고
정의를 해봤습니다.
재미로 하는 탁구나 골프는 아마추어로서 행복이지만 프로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실
이라 재미보다는 그 무게감이 남다르겠지요.
업으로 하지 않으면서 즐길수 있는 아마추어가 때론 더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인, Thank you, pleaee, Excuse me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서양매너의 기원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네요.
어떻게 보면 서양이든 동양이든 사람 사는 사회에서 예의와 매너는 서로가 해치지
않고 안녕과 행복을 담보하는 규칙이라, 저자의 말처럼 꼭 서양에서만 맞는 이야기
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저자의 평등한 사회와 서열사회에 대한 비교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입니다.
더치페이가 젊은이들에게 대세라고 하지만, 끈끈한 정으로 선후배, 동료들이 서로
계산하려고 하는 우리의 문화가 사라져감은 아쉽기도 합니다.
영어 단어 뿐아니라, 우리나라 말에도 그 어원을 거슬러 가보면 이 책과 같은 다양한
소재들로 흥미로운 저작이 하나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