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는 작가가 아니다. 심리학자다
오늘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위대한 극작가라 일컬어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1546-1616)의 뛰어난 문장들을 살펴보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오다시마 유시(1930~)로 일본 최고 영문학자이자 셰익스피어 연구 일인자라 합니다. 도쿄대 영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도쿄대 명예교수 및 도쿄예술극장 명예관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즐거움과 괴로움 등 마음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추구했습니다. 오늘 책은 셰익스피어의 28개 작품에서 100가지 명대사를 뽑았고, 그 중 제가 몇 문장을 더 추려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다...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맥베스>제5막 제5장
부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맥베스가 인생이라는 걸 한순간에 꿰뚫어보고 하는 대사다. ‘그림자’는 말 그대로의 이미지 외에 실체를 덧그리는 데 지나지 않는 존재인 ‘배우’도 의미한다. 맥베스의 이 대사만큼 인생의 덧없음을 엄중하게 새기는 말은 달리 없을 것이다. 배우가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아무리 멋지게 보여주어도 그후에는 깡그리 잊히듯,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아무리 아등바등 발버둥을 쳐도 죽음이라는 끝이 다가오니까 말이다.
◉ 시간은 사람에 따라 각자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입니다.
Time travels in divers paces with divers persons.
<좋을실 대로> 제3막 제2장
시간이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은 약혼하고 나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아가씨, 시간이 한가로이 걸어가는 것은 라틴어를 모르는 신부와 통풍을 앓고 있지 않은 부자. 시간이 전력으로 질주하는 것은 교수대로 끌려가는 도둑, 시간이 완벽히 정지하는 것은 휴가 중인 변호사. 이런 심리적 시간은 주위에 흐르고 있다. 수업시간은 좀처럼 지나가지 않는데도 점심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 불행은 견디는 힘이 약하다는 것을 간파하면 더욱 더 무겁게 내리누른다.
Woe doth the heavier sit Where it perceives it is but faintly borne.
<리처드 2세> 제1막 제3장
리처드 2세의 숙부 랭카스터 공작 존 곤트는 아들 헨리 볼링브로크가 왕에 의해 6년간 추방 처분을 당했을 대 아들을 격려하면서 위의 대사를 한다. 이후 볼링브로크는 추방된 곳에서 돌아와 왕을 무너뜨리고 헨리 4세가 된다. 곤트가 말하는 것처럼 불행, 재난, 괴로움은 견디는 힘이 약하면 뭉개버리려고 덮쳐누를 것이다. 그것을 견디기 위해서는 굳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그 어디에도 진정한 사랑의 길이 순탄했던 적은 없다.
The course of true love never did run smooth.
<한여름 밤의 꿈> 제1막 제1장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서로 사랑하지만 부모의 반대에 부딪힌다. 이때 라이샌더는 한탄하며 위의 대사를 한다. 이어서 라이샌더는 신분이 다르거나 나이 차이가 많거나 집안에서 선택한 사람을 강용하거나, 전쟁이나 질병으로 이별하게 되는 등 사랑에는 반드시 장애물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장애를 만나는 시험을 당함으로써 ‘진정한’ 사랑이 된다.라고
◉ 어느 정도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천한 거요.
There's beggary in th love that can be reckon'd.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제1막 제1장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등장한 안토니가 맨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클레오파트라 ; 그게 사랑이라면 크기를 알고 싶어요.
안토니 ; 어느 정도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한 거요.
클레오파트라 ; 하지만 당신의 사랑의 세계를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
안토니 ; 그걸 확인한다면 신천지를 보게 될 것이오.
셰익스피어는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로미오 ; 재산을 헤아리는 것은 가난한 사람뿐이에요. 나의 진정한 사랑은 커져만 갈 뿐, 그 재산의 절반도 헤아릴 수 없게 되었어요.
◉ 이 세계는 모두 하나의 무대,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은 모두 배우에 지나지 않지.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rely players.
<좋으실대로> 제2막 제7장
동생에게 공작령을 찬탈당한 원로 공작이 말했다.
“이 광대한 세계라는 무대에서는 우리가 지금 연기하는 장면보다 훨씬 비참한 연극이 상연되고 있다네.“
나이에 따라 인생을 6막으로 나누었을 때, 마지막 대목을 본다면
“이 일대기를 매듭짓는 마지막 막은 제2의 갓난아기, 어둠게 갇힌 완전한 망각, 이도 없고 눈도 없고 맛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인간은 신에게 부여받아 각자의 역할을 하는 배우이고 세계는 이를 위한 무대라고 하는 이른바 세계극장(Theatrum mundi)라는 관념이 예부터 유럽에는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극장은, 무대의 천정에 천궁도가 그려져 있어 ‘heaven'이라 칭하고, 무대 아래에는 구멍이 뚫려 밑에서 배우나 무대 장치를 밀어 올리게 되어 있어 ‘hell'이라 불렀다. 그렇기에 거기에서 상연되는 연극은 바로 천국과 지옥 사이의 인간 세계 자체였던 것이다.
오늘은 셰익스피어 연구 일인자가 선정한 인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멋진 문장들을 보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셰익스피어는 작가가 아니라 심리학자다"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인간 심리에 정통하였기에 그렇게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겠지요?
그는 인간은 인생이라는 커다란 무대에 선 배우라고 합니다. 그것도 운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가련하고 불쌍한 배우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걸어다니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고 합니다. 아무리 부정해도 인간은 아주 짧은 시간을 살 뿐이며 곧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두 번째 문장을 보면 시간은 사람에 따라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합니다. 시간의 "상대성 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싫은 사람과의 1분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10시간보다 길게 느껴집니다.
세 번째 문장에서 불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행은 견디는 힘이 약하다고 간파하면 더 무겁게 내리 누른다고 하네요. 슬픈 진실입니다. 마음이 건강하고 견실한 사람한테는 똑같은 불행이 와도 잘 이겨내지만 약한 사람은
두배, 세배로 힘들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두 개의 문장이 나옵니다. 인생에서 사랑이라는 주제가 빠지면 앙꼬없는 빵이겠지요. 진정한 사랑은 순탄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역으로 사랑은 장애를 통해서 위대한 사랑으로 거듭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한 것이라고 일갈합니다. 사랑은 전부를 거는 것이고 모든 것을 넘어선는 것이기에 그것을 잴 수 있는 측정 도구는 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사랑은 최고 수준인 것입니다.
오늘 시대를 넘어서고 공간을 넘어서는 셰익스피어의 명문장들을 보았습니다. 인류 최고의 극작가라 불리운다는 것은 인간의 희노애락을 깊이 성찰하고 통찰한 사람만이 가능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