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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그림과 나> 김선현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by 해헌 서재

<그림과 나> 김선현

--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


강 일 송


오늘은 미술에 대한 책을 한번 보겠습니다.


요즘 미술서적들을 보면 다양한 주제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들을 순례하면서 소개한 책들이 있는가하면,

직접 드로잉을 쉽게 연습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또 하나의 트렌드는

최근의 힐링붐과 함께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수험생의 마음을 치유하

는 책 등 힐링 미술의 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나를 인정하고 긍정하게 해주는 힐링미술관’이라는 부제

가 붙은 책을 볼까 합니다.

저자는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아티스트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교육자, 작가로 활동하던 중 미술치료에

눈을 떴다고 하네요. 미술치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미술치료 분야를

개척한 개척자입니다.

현재 차(CHA)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원장과 차병원 임상미술치료

클리닉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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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을 자극받고 싶을 때 보는 그림

--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1665, 얀 베르메르(1632-1675)


이 그림의 주인공은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웃고 있는 걸까요, 무표정한

걸까요, 얼굴만 보면 성별부터 감정 상태까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처럼 파악할 수 없어 ‘북유럽의 모나리자’라는 별칭을 가진 그림

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이 그림을 두고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신비한

그림‘이라고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이 웃는 것인지 아닌지는 눈꼬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작가는

의도적으로 눈꼬리를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한쪽은 그리지 않았고 한쪽은

그림자로 교묘하게 가렸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망울로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슬픈

분위기를 냅니다. 과연 이 소녀는 누구일까요?


불과 30점의 그림만을 남긴 베르메르가 주로 그린 모습은 한두 사람이

등장하는 펑범한 일상의 모습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요소는

햇빛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매우 객관적으로 그렸다는 점이지요.

우리는 터번을 쓰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정말 하녀였는지, 좋은

집안의 딸이었는지, 아니면 베르메르의 상상 속 인물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상 속의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성 들여서

어떤 인물보다 아름답게 소녀를 그려냈네요.

소녀가 실존 인물이든, 상상 속의 인물이든 간에 작가는 그녀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평생 한곳에만 머물렀던 베르메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이국과 이국의 여인에 대한 상상을 그림에 담았을 수도 있고, 그저

단순히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을 그림에 투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엄청난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할 때 보는 그림

<실타래 감기>1787, 프레더릭 레이턴


혹시 뜨개질을 해본 적이 있나요. 뜨개질은 한 줄의 실을 서로 엮어 모자,

조끼, 장갑 등 새로운 의류로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그런데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실을 관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누군가 툭 쳐서 실이 얽혀버린다

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이 바닥에까지 풀려버리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실타래를 처음부터 다시 감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생각만으로도 번거롭게 느껴지지요. 그러나 팔이 아파올 만큼의 시간을

들여 실타래를 원래대로 다 감으면 실타래가 전보다 더 동글동글하고 단단

하게 바뀝니다.

평온해 보이는 그림 속의 여인들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실타래를 정성껏

다시 감고 있습니다. 그림처럼 우리도 매번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내 잘못일까?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고민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

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포용력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여유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관계와 평가의 늪에 빠집니다. 누군가 날 힘들게 하여도

풀리고 엉킨 실타래를 정성껏 다시 감는 여인들처럼 담대하게 감정을 정리해

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물론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더 들여야겠지요.

하지만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오리혀 의외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타래를 다시 감듯이 뒤엉킨 나의 감정도 다시 정리하면 더 단단해집니다.”



◉ 확신을 가지고 싶을 때

<검은 개와 함께 있는 자화상>1841, 구스타브 쿠르베(1819-1877)


미술심리 치료실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저한테 찾아온 한 환자는 30대 중반의 남자로 의욕이 넘치지만

자신의 생각만큼, 의욕만큼 일이 잘 되지 않아서 우울해하고 있었지요.

얼핏 보면 이런 사람들은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자기 효능감이 떨어집니다.

자기 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패배 의식이 짙습니다.


고흐 역시 자기 효능감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는

사람은 미술치료에서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훈련을 시킵니다.

턱을 살짝 올린 채 눈을 내리뜬 자화상의 주인공을 봅시다.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 거만함에 가깝지요. 쿠르베는 젊은 날의 자화상을

많이 남긴 편입니다. 그의 젊은 자화상에서는 자신감에 가득 찬 얼굴 각도와

눈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자랐기에 자기애를 갖고 여유와 자신감에 가득 찬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젊은 시절 넘쳐나던 자신감은 이후에도 유지되었을까요? 나폴레옹 동상을

파괴한 혐의로 생트 펠라지 감옥에 투옥되었을 때의 자화상에서는 자신감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년이 되어 뚱뚱해지자 자화상을 그리는 대신

사진사에게 의뢰해서 여러 포즈로 자신을 찍게 했습니다. 자신을 부상병이나

첼리스트로 표현하는 등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소화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

을 드러냅니다.

자화상은 자아를 뜻하는 ‘self'와 자의식을 그린다는 뜻의 ’portray'가 합쳐진

것으로 자기를 ‘끄집어 내다’, ‘밝히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화상은 작가의 의식적, 무의식적 요소들이 풍부하게 포함된

이미지의 총체이며, 그 사람의 성장과정, 희로애락 등의 감정 속에서 자신의

삶은 어떻게 붙잡고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확신을 가지고 싶을 때는 그래서 쿠르베의 그림을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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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힐링에 관한 미술에 관한 내용 중 3가지 정도 이야기를 추려보았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북유럽의 모나리자” 라고 불리 울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그림이지요. 이 그림은 뭔가 신비롭습니다. 이 신비로움 때문에 소설과

영화로도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명확한 것이 별로 없고 풀리지 않는 내용에다가 그림에서 풍기는 약간 슬픈

듯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로 인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받으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 그림은 압박감이 많은 어려운 상황일 때 도움이 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실타래가 엉킨 상황은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어려운 일들과 유사

합니다. 마음을 조급하게 먹으면 오히려 더 엉켜서 풀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지요. 그림의 두 여인 중 앉아있는 여인의 표정을 보십시오.

마치 불화에 나오는 부처의 얼굴과 유사할 정도로 세상의 모든 일에서

초연한 듯한 표정과 여유롭고 느긋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여인처럼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실타래를 감아 보시지요.

조금 돌아서 가는 듯하고 시간이 더디 걸릴지라도, 점차 조금씩 감다 보면

어느새 더 단단해지고 제대로 된 실타래를 보게 되겠지요?


세 번째 그림을 보겠습니다. 구스타프 쿠르베의 작품입니다. 쿠르베는 굉장

히 자존감이 강하였던 화가입니다. 쿠르베의 다른 작품을 하나 보면

“안녕하세요 쿠르베씨”(1855)라는 작품에서 그는 후원자를 만나는 광경이

나옵니다. 젊은 화가는 고개를 꼿꼿이 건방지게 들고 있고, 그를 후원하는

브뤼야스는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를 후원하는 부자에게조차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쿠르베의 이러한 오만함은 아닐지라도 그의 강한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을 가지라고 합니다.

그는 사실주의 화가로 ‘눈에 보이는 것만 그린다’는 신념이 강하였고

후에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오늘 3편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미술 작품은 우리 내면의 상상력을 키워

주고 많은 영감을 줍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을 더 갖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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