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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2. 2016

<미국은 어떻게 미국이 되었을까>

시사가 훤해지는 역사 中

<미국은 어떻게 미국이 되었을까> 남경태
-- 시사가 훤해지는 역사 中

                  강 일 송

오늘은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그동안 잠깐 잠깐, 커피에 대한 이야기나 홍차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리학 등에서 미국 이야기를 조금씩 해왔었지요.

미국은 신대륙 아닌 신대륙으로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의 
각축장이 되었다가 영국이 지배권을 차지한 후, 미국 자체의 독립운동으로 
자립하게 되었지요. 
이후 서쪽으로 진출하여 거대한 국가가 되었고, 세계대전을 거쳐
더욱 강대하게 되고, 냉전에서 소련을 물리치고 지구상 유일 강대국으로 
군림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도전을 거세게 받고 있지만 아직도 그 지위가 쉽게 흔들릴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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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름만큼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긴, 다 “美國”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구한말 중국의 
영향으로 그 표기를 받아들였지만 (물론 이것도 뜻으로 쓴 게 아니라 음차어다)
일본에서는 같은 한자라도 “米國”이라고 달리 표기한다.
1960년대 일본의 좌파는 미국을 비하하기 위해 꼬리 미(尾)자를 써서 “尾國”
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사용한 적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극단적인 숭미나 반미의 입장을 버린다면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은 “반장”쯤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을 “선생님”으로 격상시킨다면
숭미가 되고 미국을 “급우” 또는 “불량학생”으로 여긴다면 반미에 가까워진다.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위상을 보면 솔직히 말해 선생님의 위치에 가깝지만,
미국 역시 UN에서 동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국가라고 보면 급우에 해당하고
이따금 제멋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면 영락없는 불량 학생이다.

미국을 반장으로 간주한다면 미국에 대한 균형 잡힌 견해를 얻을 수 있다.
반장은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조정자와 같은 역할이다. 선생님이 아니기에
지배하려 한다면 항의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을 보면 반장의 역할에 충실할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선생님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냉전 시대에 누렸던 “세계의 경찰”이라는 위상
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미국의 잘못된 태도에는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미국은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탄생했으므로 공식적인 역사는 짧지만
오랜 유럽 문명의 결정체인 만큼 감춰진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그래서 미국의 짧은 역사에는 시민혁명, 시민사회, 내전, 의회민주주의, 공화정,
자본주의, 제국주의 등 봉건시대 이후 유럽 근,현대사의 모든 요소들이 압축적
으로 등장한다. 

우선 미국은 탄생 자체가 하나의 시민혁명이다. 건국 이전 모국인 영국으로부터
착취를 받으면서도 선거구 하나 없는 실정이었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라는
독립의 슬로건이 제기되는데, 여기에는 오랜 유럽문명의 결실인 공화정과 의회
민주주의 원리가 함축되어 있다. 과세를 결정하는 것은 왕이 아니라는 태도는
공화정을 뜻하며, 정치적 대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가리킨다.

하지만 독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미국은 보잘 것 없는 민병대로 당대 최강인
영국 군대와 8년간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했고 영국과 경쟁하는 열강,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등을 끌어들여야 했다.
독립 이후의 미국은 탄탄대로였다.  유럽과 대서양을 두고 떨어져 있어서 강대국
의 불필요한 간섭을 받지 않았고,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이 무한대로 뻗어
있었다. 

미국이 유럽 문명에서 좋은 요소만 들여온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생겼다.
유럽에서 막 생기기 시작한 유해한 요소, 바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받아
들인 것이다.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호전적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세계 정복의 길에 나서게 된다.  바야흐로 제국주의 시대
의 개막이다.  미국은 새로 얻은 제국주의라는 무기를 마음껏, 무자비하게 휘두
른다. 그 과정이 이른바 서부 개척이다. 

독립 당시 미국은 북아메리카 동부 해안에 주로 위치하였고 인구도 40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미국의 영토는 태평양 연안까지
닿았고 인구는 3천만 명으로 급증했다.  영토 확장의 방법은 철저히 제국주의적
이었다.  크게 가름하면 매입과 강탈의 두 가지 방식인데, 그 진행 과정이 강국
에 어울리지 않게 비겁하기 짝이 없었다. 강대국이 소유한 땅은 매입하고, 원주민
과 약소국 멕시코의 땅은 강탈한 것이다.  미국은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알래스카
를 각각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에게서 사들였고, 텍사스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의 주들은 멕시코,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여 빼앗았다. 

이렇게 파이를 잔뜩 부풀린 시점에서 내부 모순이 폭발한다.
제국주의의 노선을 증폭시켜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만들자는 북부와, 신생국을
안정시키고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데 만족하자는 남부가 충돌한 것이다. 이것이
남북전쟁인데, 흔히 북부는 노예 해방을 주창했다는 점에서 진보적으로 평가하지만
거시적인 역사의 호흡으로 보면 그 반대다. 
사실 북부의 최대 관심사는 노예 해방이 아니라 연방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있었고, 남부는 필요하다면 연방의 해체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남부는 패배했
으나 제국주의에 반대하던 그 흔적은 남아있다.  현행 미국 헌법에 따르면 각 주는
독자적인 자체의 결정만으로 연방에서 탈퇴할 권리가 있다. 물론 그 권리를 행사하
려는 주는 없겠지만.

어쨌든 북부가 승리함으로 미국은 세계제국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세계에는 악몽이었다.  20세기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제국주의 노선이 구현되는 과정이다. 

미국은 유럽 문명이 수천 년 동안 숱한 어려움을 뚫고 찾아낸 정답을 신천지에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여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유럽 문명의 독소 요소인 민족주의
와 제국주의를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좋은 반장”이 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21세기에도 미국의 지배세력은 반장의 역할에 머물려는 뜻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유럽에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쇠퇴한 민족주의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 극우파 지배 엘리트에게 강고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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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국이 어떻게 오늘날의 강대국 미국으로 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을
보았습니다.   사실 근현대사를 통틀어 한반도에 미국만큼 많은 영향을 준 나라는
없지 싶습니다.  많은 영향을 준만큼 호불호도 선명하여, 지금도 좌우대립 과정에서
미국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역할과 위치를 설명할 때, “반장”이라는 색다르고 번뜩이는 비유를
듭니다. 선생님도 아닌 것이, 급우도 아닌 것이, 그 중간에서 세계 경찰의 지위를
추구하는 미국.  지구촌 중에서도 한반도만큼, 미국에 대한 평가로 숭미와 반미가
강하게 대립하는 지역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많은 유학생과 이민자들이 진출해 있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교류하는 미국. 지금의 외교적 상황이 구한말과 유사하다는 말이 나오듯이
미국과 중국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세계 초강대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이 우리의 처신과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그들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으로 영원히 우리편일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안이하고 순진
하다 하겠습니다.  당장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 자리 잡고, 그의 발언을
본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미국의 기조가 보입니다.
결국 미국민 바탕의 생각이 트럼프 지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겠지요.

사람도 양면성이 있듯이, 국가도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세계의 경찰로, 인권의 지킴이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보호자로 미국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힘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다른 나라들 위에 군림하는 미국은 또 다른 아름답지 못한
그들의 모습입니다.

미국을 받치고 있는 그 기본기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들에 있다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필적할 국력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겠지만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빈부격차, 민주화 과정이 앞으로 큰 변수가 되리라
보이고, 당분간 미국의 독주는 더 이어지리라 보입니다.

 우리를 지킬 힘은 스스로 강해지고 현명해지는 것 밖에 없겠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그들의 내면을 알고, 그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과의 
역학관계를 잘 조율함과 동시에 스스로 강해져 각국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서로 손잡고자 원하는 나라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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