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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by 해헌 서재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정지우

강 일 송

오늘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여행 책은 독특합니다. 어딜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했으면
무엇을 먹었다는 일반적인 여행의 이야기가 없습니다.
여행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왜 그토록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지, 여행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등등
여행이라는 하나의 행위 자체에 대한 성찰이 있는 글들입니다.

저자인 정지우는 고려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였고 현대
한국의 사회 문화에 대해 다양한 인문학책을 써오고 있습니다.
“청춘 인문학”, “삶으로부터의 혁명”, “분노사회”,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우수도서에 선정되는 등
내공이 센 저자입니다.

마치 한국의 “알랭 드 보통”을 보는 듯, 빼어난 사고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보여줍니다.

한 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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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가 되었다.
소비가 인생 최고의 쾌락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여행은 그중에서
가장 값비싸면서도 가치 있는 소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를 구속하고 있는 모든 의무와 책임을 단번에 뿌리치고 싶다는
충동은 여행으로 집약된다.
“여행” 우리는 그 마술 같은 단어 앞에서 한 순간 저마다의 꿈이
펼쳐지는 걸 바라본다.

근래 여행의 지위는 더욱 승격된 듯하다. 여행이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을 깨닫게 하고, 자아를 성장시키며, 어른이 되게 하고, 리더십
과 추진력의 중요한 원료가 되며, 꿈을 찾고 성공하는 인생을 사는
데 핵심적인 경험이라는 속삭임들이 들려온다.

여행은 자유, 낭만, 쾌락, 꿈, 희망, 행복, 열정, 성장, 드라마, 성공,
여유, 휴식, 모험 등 모든 “매력적인” 어휘들의 최종 집합소가 되었다.
아마 현대사회에서 여행 정도의 지위를 부여받고 있는 것은
“돈”, “사랑” 외에는 없을 것이다.

급속한 세계화 속에서 지구 전체는 이제 여행을 위한 장소들로 우리
앞에 서게 되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최첨단 교통수단과 여행 프로그램
을 갖추고, 우리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당신의 방문은 우리에게 기쁨을 줍니다.”

당신이 어떤 인종인지, 어떤 이념을 가졌는지, 어떤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소비”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이다.
돈은 인류에게 자유와 억압을 동시에 주었다. 자본주의의 여러 양지와
음지 가운데, 여행은 단연 자본주의가 내세우는 최고의 양지에 속한다.

사랑이나 여행은 모두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그것이 지배 이데올로기가 되기 시작하면, 즉 모든 사람들
에게 당연한 것처럼 권유되고 심지어 강요되기까지 할 때는 반드시 왜곡
되기 마련이다.

도시의 삶은 일탈을 꿈꾸게 한다. 도시는 인간 삶의 편리와 필요를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충족시켜 준다. 도시에는 의식주를 비롯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필요한 모든 문화적 요소들이 모여 언제까지고 우리의 욕구 충족을
보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기다리고 있음에도
우리는 도시의 바깥을 꿈꾼다.

현대인에게 권태는 일상이 되었다. 그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쾌락도 일상이 되었다. 그때, 항상 머릿속을 흐릿하게 맴돌던 이미지가
분명해진다. 이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갈망인 ‘자유’에 대한 욕망을 반영
하고 있다. 인간은 어쩌면 영원히 자유와 안락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방황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여행을 이끄는 강력한 동기 중에는 먼 곳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
즉 ‘이미지 욕망“이 존재한다. 여행이 달성되는 순간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이미지에 대한 욕망이 자리 잡는다. 욕망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이러한 “이미지를 향한 갈망”을 인간의 중요한
특성으로 지적한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상상계와 상징계로
뒤덮여 있다.
“상상계”란 이미지의 세계이며, “상징계”는 언어적 질서의 세계이다.
우리 머릿속은 늘 이미지와 언어로 뒤얽혀 있으며, 영원히 그 두가지로
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나 언어가 우리를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리라‘ 믿으며 욕망하고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욕망의
연쇄만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의미를 획득하더라도 곧 욕망해야 할 다른 의미가 생긴다.

“여행은 단순히 여행이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가 가지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한 열망이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여행에 수많은 환상을 투사하고 마치
여행이 내 삶의 모든 문제를 해소해 줄 만병통치약으로 왜곡한다.
그러나 내가 내 삶의 조건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에도 여행을 긍정하고
사랑한다면 그제서야 여행의 진짜 가치가 발굴되기 시작한다.

현대사회는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다. 길을 걷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화려한
간판, 포스터, 색색의 패션과 자동차 등을 비롯해서 모든 것이 디자인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지를 향한 욕망,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는
현대사회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 역시 이미지를 향한 욕망을 반영한다. 이미지는 단순한 욕망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인생 전체를 규정하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의 이미지라는 큰 이미지를 늘 좇아가면서, 또 작은 이미지들에
매일매일 휘둘리고 있다.

현대인의 삶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의해 규정된다.
시간이 사라진다면 현대사회는 한순간에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미래’라는 이름 아래 지탱되고 있다. 우리는 현재 대신
미래를 “믿는다”. 현재는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숫자가 된다.
우리는 현재의 만족보다는 미래의 ‘목적’을 향해 살게 되고 그 미래는
계속해서 다음 목표를 만들어 내며 우리를 여기 머물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오랫동안 여행할 기회를 얻는다면, 적어도 한두 달 이상의 여행을
한다면, 이러한 현대적 시간 감각이 점점 사라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오랜 여행은 묘하게도 우리를 사로잡고 잇던 시간 단위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여행에서는 기존의 시간 대신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장소 단위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러한 시간에서 장소로의 전환, 정확히 말해 ‘현실적인 시간’에서
‘장소적 시간’으로의 전환은 우리가 믿던 삶의 형식을 무너뜨린다.
여행은 우리를 측정 가능한 시간에서 측정 불가능한 시간으로 옮겨놓는다.
여행의 경험 속에서 여행자는 비로소 자기만의 스타일로 시간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시간의 스타일은 새로운 삶의 스타일로 전환될 가능성을 얻는다.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정확히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의미
이고, 그 전제조건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여행은 우리를 기존의 시간에서 끄집어 내어,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라는
명령과 함께 저 여행의 장소로 보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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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에 대한 담론을 한 번 보았습니다.
꼭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인천공항, 김포공항은 하루에 수만 명이 외국을
향해 떠나가고 돌아오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매년 출국하는 여행객의 수가 갱신이 됩니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인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어디를 다녀왔다는 점찍기식 패키지여행이 주를 이루고
간 김에 쇼핑을 하고 오는 세태가 대세입니다.
오늘 본 이 책은 이러한 여행에 대한 개념을 새로이 하고 여행 자체의
의미와 진정한 얼굴을 마주하게 합니다.

여행도 욕망하는 이미지의 하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욕망은 하나가 이루어지면 금방 다른 욕망이 그 자리를 대체합니다.
끊임없는 쳇바퀴처럼 돌고 돌지요.
여기에는 진정한 만족이란 본래 없습니다.

저자는 독특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여행이 오래되면, 현실적 시간에서 장소적
시간으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그럼으로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여행을 아주 좋아합니다만,
여행은 새로움을 주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켜주며,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함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주기도 합니다.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니라, 진정 자기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여행,
소비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충전을 위한 여행, 새로운 곳에 다녀왔다는
점찍기식 여행이 아니라 낯선 삶과 자연을 접하여 새로운 삶의 시작을
할 기회로서의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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