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 인류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by 해헌 서재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강준만

강 일 송


오늘은 영어 단어를 통해서 서양의 문화, 역사, 상식 등을 비추어 보는 책을 한번
보고자 합니다.
저자인 강준만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점수영어”에 모두 올인하지만,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영어는 매우 재미있는 인문학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영어 단어 하나하나에 내포되어 있는 서양의 정치,경제,문화,역사,사상 등을 찾아서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 중 몇 가지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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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란 무엇인가? (Dementia)

dementia(치매)는 라틴어의 de(아래로)와 mens(정신)에서 나온 단어로, 말 그대로
정신의 추락을 의미한다. 다른 설명도 있는데, ‘de'는 지우다, 없애다 뜻이고,
ment는 ‘mental'에서 보듯이 마음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병을 의미하는 어미 “ia"
가 붙은 것이니, “마음이 지워지는 병”이 적당할 듯하다.

치매라는 단어는 일본어 번역으로 해방 후에 그대로 갖다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
번역의 적합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매”라는 뜻 생각해보면
민망하기까지 하다. 한자로 어리석을 ‘치(痴)’, 어리석을 ‘매(呆)’, 즉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이라는 뜻이 된다. 이 뜻을 제대로 안다면 입에 올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실은 우리 옛 어른들이 쓰던 ‘노망(老忘)’ 늙어서 잊어버리는 병, ‘망령(忘靈)’ 영을
잊은 병, 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백심증(白心症)’ 이라는 용어는 어떨까 제안한다. 까맣게 잊었다는 말을 쓰지만
긴장하거나 당황할 때는 ‘머리가 하얘졌다’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지워지고 다시 어린이와 같은 ‘하얀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평생 수고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마음이 깨끗하게 변해간다고 생각한다면, 환자나 가족이나
조금이라고 품위를 가지고, 용기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 왜 밭을 잘못 갈면 정신착란이 되나? (Delirium)

delirium은 “정신착란, 헛소리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delirium은 라틴어 deliro에서 나온 말이다. 정신착란은 무시무시한 상태지만
이 라틴어의 어원은 그렇게까지 심각한 의미는 아니다. 영어로 “to go out of the
furrow in plowing (쟁기질을 하는데 밭고랑을 이탈하다)“이란 뜻에 불과하다.
밭고랑 이탈을 정신이 정상 궤도에서 이탈한 것으로 본 셈이다.

아무래도 영어에선 furrow (밭고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draw a staight furrow (정직하게 살아가다), have a hard furrow to plow (어려운
일에 직면하다), plow a lonely furrow (묵묵히 혼자 일을 하다) 등의 숙어들이
그 점을 잘 말해준다.


◉ 왜 의자가 “권위”라는 뜻을 갖게 되었는가? (Chair)

chair는 “의자, 강좌, 권위 있는 지위”란 뜻이다. 중세시대에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는
1인용 의자는 매우 비싸고 귀해 왕이나 주교 등 귀족계급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의자를 가리켜 라틴어로 cathedra라고 했다. 성당도 주교가 앉은 의자(cathedra)
를 위한 건물이라는 뜻에서 cathedral 이라고 했다.

13세기 이후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귄위있는 정교수직도 cathedra, 즉 chair 로 불리기
시작했다. cathedra 는 영어로 편입되어 오늘날에도 “주교좌, 대학교수의 강좌(지위),
권좌“라는 뜻을 가진다.

오늘날 chair는 ‘의장’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며, in the chair (의장석에 앉아),
take the chair (의장석에 앉다, 개회하다, 취임하다) 등으로 쓰인다.
물론 의장이라는 뜻의 chair 는 chairman의 줄임말이다.
우리나라 재벌회장들은 재판을 받게 되면 한결 같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는
chairman 이 아니라 “wheel-chairman"이 된다.


◉ 왜 인간은 아기 사진을 보면 선해질까? (Kluge)

kluge(클루지)란 단어가 있다. kludge라고도 쓴다. 무슨 뜻일까? 클루지는 어떤 문제에
대해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지만,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공학자들이 쓰는 말로, ‘영리한’을 뜻하는 독일어 클루그(klug)에서 유래된 말로,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엉성한 해결책을 가리킬 때 쓰는 통속적인 표현이다.

미국 뉴욕대학 심리학자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생각의 역사를 뒤집는 기막힌 발견”
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다양한 심리적 특성에 대해서 진화심리학적인 설명을 시도했다.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비합리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인간의
마음이 이렇게 불완전한 이유를 ‘진화의 관성, evolutionary inertia'에서 찾는다.
즉, 진화란 뛰어난 공학자가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진화해 온 것들을 바탕으로 당장 그런대로
쓸만한 해결책이 발견되면, 그것이 선택되는 방식으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마음은 불완전하고 때때로 엉뚱한 문제를 야기하는 , 곧 클루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어린 아기에 대해 보이는 온정적인 반응도 클루지이다.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은 거리 곳곳에 지갑 240개를 떨어뜨려 두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했다. 지갑엔 현금 없이 개인적인 사진, 신분증, 기한 지난
복권, 회원증 1-2장 등등을 넣었는데, 사진은 지갑마다 달랐다.

실험결과 지갑의 회수율에 엄청난 차이가 난 것이 밝혀졌다.
사진이 들어 있지 않은 지갑의 회수율은 15%, 노부부 사진이 들어 있는 지갑의 회수율은
48%, 강아지 사진이 들어 있는 지갑은 53%, 아기사진이 들어 있는 지갑은 88%에
달했다.

지갑을 주으면 의식은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 주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가 포기해야
하는 시간, 노력을 따져볼 때...“라며 망설이게 되지만, 아기에 대해서는 온정적 반응을
보이는 무의식이 작동한다. 강아지도 비슷하다.
강아지와 아기는 눈이 크고 입이 작으며 연약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렇게 작용하는 무의식이 바로 클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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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어에 대한 책을 한번 살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영어는 “종교”나 다름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영어에 빠져 온 나라가 종교처럼 생각하는 나라에서 영어 실력은 그다지 투자대비
효율성이 떨어져 보이지요.

혹자는 우리나라말의 계통이 알타이어족에 가까워, 인도 유럽어족인 영어를 잘 못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고, 어순이 달라서 배우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여기에다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의 어원이 라틴어에서 유래를 많이 하였기에, 이 책의
내용처럼 유럽의 언어들은 서로 유사성을 찾기가 쉬워 보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점수영어에서 벗어나, 영어의 어원을 찾아서 배워나가는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을 하고, 영어 단어에 대한 유래를 보면서 그 뒤에
숨어 있는 인문학적 배경을 살펴보는 재미를 함께 맛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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