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by 해헌 서재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강 일 송


오늘은 누구나 다가올 문제이지만 누구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제로

올리기 꺼려하는 “죽음”에 대한 책을 한 번 보겠습니다.


저자인 아툴 가완디(1965~)는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옥스퍼드 대학교

에서 윤리학과 철학을,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과 보건대학 교수,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외과의사

이며 “뉴요커”지의 전속 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사이면서도 최고의 과학 저술가에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비롯하여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

습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는 인도계 미국인이네요.


책을 읽다보면 같은 의사로서 대형병원에서 말기 환자를 경험하였던 공통된

감정도 느끼게 되었고, 또한 가족 중 암환자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 드렸던

경험이 되살아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어제 올린 시에서도 인생의 유한함을 이야기하였었지요.

저자는 부모님이 모두 의사이셨고 말기암으로 아버지를 보내드릴 때까지

의사로서 자식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을 철학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도 말하듯이, 의과대학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지만 죽음에 대해서

배운 적도 없고, 죽음의 과정,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

하는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제대로 다룬 적이 없습니다.


1945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을 집에서 맞이했고

1980년대가 넘어서서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노화와

죽음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겪는 일로 변했습니다.


사실 저자의 말처럼, 노인이나 불치병을 앓는 사람 뿐 아니라 의학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자주 실망시키는지 모릅니다.

아주 조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뇌를 둔화시키고 육체를 서서히 무너뜨

리는 치료를 받으며 중요한 삶의 마지막 날들을 허비하는 일이 우리 주위

에서 너무나 흔합니다.


이 책에서는 의사인 저자가 다양한 죽음을 경험하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임종까지의 과정을 그려나가며, 큰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

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의사이면서 마지막을 죽음을 예견한 환자로 극심한

고통을 견뎌냅니다.

한 사람의 종말이 다가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책임

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는 시점이 오는데, 그의 아버지는 인공호흡기도

고통도 원하지 않고,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치료를 더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에 가족들은 일치된 견해를

가지기가 어렵고, 저자의 가족들도 동생과 어머니는 생명을 충분히

길게 연장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까봐 걱정을 합니다.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에 대한 견해도 저자는 피력하는데,

안락사 처방이 가능 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미국의 오리건주,

워싱턴주, 버몬트주 등에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세부조항을 충족시켜

야 안락사가 가능하다 합니다.


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목표가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면, 오히려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가능성을 높여줄 완화치료 프로그램 개발이 뒤처져 있다고 합니다.

쉽게 안락사로 가는 분위기가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 또한, 수년 전 장인어른의 악성골암으로 분당의 서울대병원을

오르내린 경험이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로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

지만, 고령에 두 번의 수술은 무리였던 것으로 판단이 되더군요.

결과론이지만 수술과 상관없이 1년 정도 만에 소천을 하셨는데, 수술

없이 완화치료로 버티면서 가족과 함께 집에서 생활하였을 경우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이야기하고, 나이 들고 병들어 가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라 말합니다.


얼마 전 국립암센터의 본부장님과 수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암환자에

대한 의료 기술은 발달을 하고 있지만, 환자가 암선고를 받았을 때

정신적인 충격, 가족들의 고통 등에 대한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너무 부족하다고 공감하였었습니다.


또 하나의 죽음에 대한 베스트셀러인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예일대

셀리 케이건 교수도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나면 비로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죽음을 다루는 것은 결국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현재의 삶에

더욱 충실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인용하고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의료인의 책임은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한 번 죽는다. 생이 끝나 가는 걸 경험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 이른 사람들은 차마 꺼내기 어려운 대화를 기꺼이 나눠

줄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의사들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는

기본 임무 이외에, 그 이상의 일을 해내야 하는데,

바로 환자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20160918_09475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