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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정신은 어디서 왔는가> 장재성

낮은 인문학 中

by 해헌 서재

오늘은 “인류 최고의 가치, 컴패션”에 이어 <낮은 인문학> 책 중 “서양의 정신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주제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인문학장이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교수인 장재성 교수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연구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인문학은 이 책의 목적인 낮은 자들, 재소자,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에게도 똑같이 훌륭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 서양문명의 기본정신, 로고스(logos)


서양문명을 관통하는 두 개의 큰 사상적 줄기인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기독교 사상”. 저는 이것을 한마디로 소문자“로고스”와 대문자“로고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전자의 로고스는 ‘인간적 로고스’로서 소문자로 표기하고, 후자의 로고스는 ‘신(神)적 로고스’로서 대문자로 표기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헬레니즘에서 ‘로고스’는 신적 로고스와 인간적 로고스로 나뉘는 반면 기독교에서의 ‘로고스’는 ‘예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신’과 ‘인간’을 다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로고스란 무엇을 뜻할까요?


고대 그리스에서의 로고스 개념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이때의 로고스란 우선 ‘인간이 만들어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안에는 ‘신의 계시’도 있고 ‘신탁(oracle)'도 있으며 ’철학적 토론‘이나 ‘웅변’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그리고 로고스란 또한 ‘이성,reason'이며 ‘신의 말씀, God's Word'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로고스라는 개념은 한마디로 그리스,로마 문명 전체에 흐르는 가장 중요한 정신적 개념으로, 그들의 말, 생각, 철학적으로 전개시키는 사상 전부를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들의 로고스를 알아보기 위해 2500년 전 그리스로 가보시지요. 정말 놀라운 사실은 그 당시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문제에 대해 똑같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했다는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를 탐구하면 오늘날 인간의 내면을 깨닫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정말 경이롭다 하겠습니다.



◉ 그리스와 로마의 가치관


오늘날 서양문명의 중심인 유럽문화의 정신적 바탕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세계관으로부터 기원합니다. 대략 기원전 500년쯤의 그리스는 철저하게 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추구했던 나라로, 어떠한 사람에게도 예속되지 않는 시민의 자유와 그것을 보호하는 민주정신을 중요시했습니다. 인간의 내면 즉 자아를 탐구하고 행복을 추구했었지요.

로마는 당시 공화정 체제였는데 여기서 ‘공화,republic'란 ’respublica'에서 나온 말로 이는 ‘공공의 일’을 뜻합니다. 이것은 곧 국가의 안위를 결정하는 전쟁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의 시대적 상황을 정리하면 그리스는 ‘내부’로부터의 ‘개인의 자유와 평화‘를 존중했고, 로마는 ’외부‘로부터의 ’공공의 자유와 평화‘를 존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리스인의 삶의 가치, ‘자유’


고대 그리스인들은 세상 사람을 ‘그리스인’과 ‘야만인(바르바로이)’ 둘로 나누었습니다. 그리스인은 이미 2500년 전에 문명인으로서 그리스인이 있고 비문명인으로서 페르시아, 이집트 등의 사람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 비문명인을 ‘바르바로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야만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리스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일컬었습니다.


그런데 이 양분법에서 단지 ‘그리스어’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리스인들이 내세운 문명과 야만의 개념에서 이 둘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자유’입니다. 페르시아와 이집트에도 분명 문명은 있었고, 그들의 외적 문명이 높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야만인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에게는 ‘자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페르시아나 이집트 사람들은 엄청난 기술문명을 가지고 있어도 왕이나 파라오의 말 한마디에 의해 어느 순간에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시민권을 가지면 누구에 의해서도 함부로 구속되거나 죽임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처형하려면 반드시 법정에 세워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적 자유의 영향은 기원후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오늘날 유럽 지역의 대체 세력으로 등장한 로마 카톨릭의 교황지배에 대해 중세 유럽의 지식인들이 느꼈던 예속감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선구자인 14세기 페트라르카는 당시 교황과 귀족의 신임을 얻어 계관시인까지 되었지만, 당시 사회에 대해 고대 로마 역사가인 티투스 리비우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절규합니다.
“내가 당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 사악한 시대를 잊을 수 있다면...“

이러한 그리스적 자유에 대한 열망은 헬레니즘 부활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됩니다.



◉ 언제부터 유럽인가


헬레니즘과 기독교정신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사람들은 언제부터 ‘유럽’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요? 현재의 지리적 단위를 가리키는 ‘유럽’ 이라는 개념이 처음 유럽 땅에 등장한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였으나 사실상 ‘유럽적 가치, 유럽적 동질성’을 의식하고 이 어휘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이후였습니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유럽의 지리적 위치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리스를 중심으로 동쪽을 아시아, 서쪽을 유럽으로 지칭했습니다. 헤로도토스가 그리스를 제외한 북서쪽 지역을 유럽이라고 하는 순간, 그곳은 야만인의 땅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헤로도토스를 역사의 아버지로 받들었던 유럽의 많은 역사가들이 이 용어를 쓰기를 꺼려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유럽’이라는 단어는 1453년 이전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다가 동로마 제국이 멸망한 1453년을 기점으로 새로이 유럽 땅에 이식됩니다. 천년 넘게 지속되던 비잔틴제국이 이슬람 세력에게 멸망당한 후에 유럽인의 개념이 살아난 것입니다. 즉 그리스 북쪽 땅은 모두 기독교 문화가 형성되어 하나의 종교로 공동체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전혀 다른 이슬람 세력이 터키 지역에 들어오게 되면서 종교와 영토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유럽인’이라는 개념을 되살려낸 것입니다.


이미 이때는 그리스도 오스만 터키에 점령당한 뒤이고, 헤로도토스에게 낙인찍힌 문명과 야만이라는 개념 또한 거의 사라져서 이 말에 대한 저항감도 없었던 것이고요. 이렇게 해서 ‘유럽, 유럽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는데, 당연히 그들을 결속시키는 공통의 문화유산은 ‘헬레니즘과 기독교 사상’입니다.




오늘은 서양정신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양정신은 크게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기독교 사상)의 결합으로 흔히 표현합니다. 로고스라고 불리는 세상을 관통하는 원리, 질서, 원칙이 바탕이 되어 있는데 헬레니즘의 "인간적 로고스"와 기독교의 "신적 로고스"가 합쳐져서 서양의 정신을 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전에도 똑같이 그들은 지금의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사유를 하였었습니다. 강력한 왕권하에 문명을 이루고 있던, 이집트, 페르시아와는 달리 비록 성인남성에 한하였지만 그리스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성숙도를 보여줍니다. 14세기의 르네상스 시대 페트라르카가 1000년전의 그리스 지식인을 부러워 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유럽이라는 말은 이미 고대 그리스에서 등장했으나 왜 15세기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유럽이라는 말이 대두되는지도 이유가 나옵니다. 오스만 터키가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오스트리아까지 진출해오자 위기감을 느끼면서 동류의식, 공동체의식이 비로소 생긴 것이지요.


고대 그리스 시민의 의식을 살펴보면, 중국의 과거 중화주의나 영국이나 미국의 중심주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역사는 되풀이됩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야만의 기준은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느냐와 모르느냐였습니다. 현대에 와서 그 기준이 "영어"로 바뀌었을 뿐이지요. 자칭이든 타칭이든 최고의 문명국이 되면 교만해집니다. 언어가 곧 권력이 됩니다. 세계 어딜 가든 미국인들은 그 나라 언어를 배우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말로 이야기합니다. 중국을 가보아도, 영어를 곧잘 할 것 같아 보이는 지식인이나 고위 기업임원을 만나도 꼭 중국말만 하더군요.


우리나라를 들여다 보아도 그러합니다. 서울말은 권력이 됩니다. 표준말이 아니라 서울말이 그렇습니다. 서울말도 사실 방언의 한 일종일텐데 서울말을 쓰는 사람은 전국 어디를 가도 거침없이 자기말을 합니다. 지방에서 서울을 방문하면 사투리가 튀어나올까봐 조심스러워 합니다. 물론 역으로 더 강하게 자기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저자도 말하였듯이, 2500년 전의 고대 그리스 사람도 현대의 사람과 생각의 방법이나 고민의 종류는 엇비슷해 보입니다. 그만큼 2500년의 세월은 그 이전의 수백만 년의 세월에 비하면 거의 최근이라는 것이지요.


조금 어려워보이는 "로고스"개념과, "자유"의 가치, "유럽"이라는 동류의식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에 대해 오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음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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